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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김명이/어떤 식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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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명이
어떤 식탁
단 한 번도 너는 아프리카 인 적 없다 지금 아프리카는 슬프지 않
니?
인간의 어깨에 박힌 별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토록 불안한 믿음을
택하겠다고 페스탈로치를 구겨넣으며 너의 뿔로 들이받았다 타들
어간 흰자위, 말라가는 베지테리언의 작은방 불빛은 별이 뜨기 전에
꺼져갔다
정신이 번쩍 깨었지만 출구 없는 악몽을 끌고 공전했다 지혜로운
말이 흥건했으나 막상 바람비처럼 적절하지 못했다 시든 잎을 일으
키기에 넘쳐나는 죽은 잎, 빈혈처럼 너와 난 자꾸만 넘어졌다
오늘 저녁 식단엔 갖은 거짓을 버무렸다 토장에 표고버섯 잘게 띄
워 고기육수를 위장했다 언젠가 너의 상실한 낯빛 부딪칠지라도 그
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단단한 다리를 가져야만 디딜 수 있는 아프리카를 향해
가냘픈 신념
신의 사랑에 초대 받았다
통곡은 남겨진 자의 송가일까
그의 젊은 아내는 조문을 담담히 맞이하며
엷은 웃음을 띠기도 했다
황혼이혼 당하지 않을 잡담으로
빈정거리는 우리에게
종교적 신념이란 그런 것이듯
식탁 끝 각진 곳에 끼어 앉은 남자는
지상에 더 남게 하여
남은 자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 신의 증명이라고
계단 모서리에서 고꾸라지고 상처난 손을 털었든가
신의 사랑을 독차지하여
수장된 삼백 송이 꽃이냐며
자신의 광대뼈를 탓한 여자 물잔에서
날카로운 파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각서를 쓴 몸은 가위와 칼을 쥔 자의 것이니
망자의 후한 표정이 애석할 뿐
홍어무침에 매운 고추를 연쇄적으로 씹고
흘린 눈물
상주는 당신의 손을 덥석 잡았다
영정 속의 그가 끝없이 말을 건넨다
그러자 당신은 나를 재우지 않고
밤새 사랑하자며 속삭였다
**약력:2010년 《호서문학》으로 등단. 《애지》에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엄마가 아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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