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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김송포/초록의 빈 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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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58회 작성일 16-12-28 18:48

본문

신작시

김송포





초록의 빈 병



    바닥에 쓰러져 있다 바퀴 아래로 구른다. 기울어진 듯 누워 있고

누워있는 듯 갈지자의 몸이 기울어 있다 공을 대접해야 하는 의무로

지갑이 털리고 이빨이 부러지고 양복은 찢어지고 마흔일곱의 나이

는 굽어지고 있다


    퍽 하고 저항 없이 쓰러져 간 남자의 그림자 새까맣다 채워져 있어

야 하고 부어야 하는 드라마에 병의 숫자는 길기만 하다


    기억은 없다. 몸이 비틀거렸을 뿐이다. 손이 나도 모르게 엉덩이

에 간 것이다. 서로 허용하는 범위의 장난이다 안경 너머로 비친 병

이 시야를 가로막았을 뿐이다


    초록의 청춘이 변했을 것이다 타이를 풀어헤쳐 살아남아야 할 제

도 속에 단단히 묶어야 할 넥타이가 너와 나의 관계를 물들게 한 것

이다




물방울 여자


 

강렬하게 밀고 오는 폭포를 탐하기로 한다

가진 것도 줄 것도 없는 여자

돈이 없어 달려갈 궁리를 못 하다가

덥석 가방에 세면도구를 싣고 가 보았지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여자가

플리트비체 폭포에 넋을 잃고 우산을 쓰더군

대륙에서 기이한 이상향을 발견했다고 좋아했지

시원하게 뿜는 폭포가 절벽에서 낭떠러지로

거름망 없이 쏟아지자

여자는 더 움츠렸어

내가 언제 너에게 미친 듯이 좋아한다고 뛰어 갔었니

머뭇거리다가 그저 떨어지는 빗물 받아먹었지

폭포수처럼 달려드는 너의 질주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

처음 생경한 고백을 듣는 순간,

뿌리가 흔들렸어

모른 척 단순했지만 너는 자연 물소리의 일부라는 걸 비쳤지

언제 그랬냐는 듯 합쳐지다 빠져나간

너는 플리트비체, 같은 물줄기,

너는 길고 웅장하나

나는 작고 부서지는 걸 두려워하는 물방울






**약력:2013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집게. 포항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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