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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이향숙/능소화가 목을 부러뜨리는 것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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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향숙
능소화가 목을 부러뜨리는 것은
어머니
붉은 꽃들의 웃음 가득한 대낮이 무서워요 그래서 잠만 자요 햇볕
은 오늘도 느티나무 이파리를 뜨겁게 하는데요 나는 아직도 속이 냉
해요 그래서 늘 기억해요 익모초 환으로 차갑던 손발을 데워주시던
계절을
어머니
이곳은 고비사막처럼 건조해요 사막에도 붉은 가시꽃은 핀다지요
기미도 없는 비 소식에 몸에서 가시만 돋아요 어머니의 어머니가 품
어 온 어디에도 없는 눈물 많은 꽃들의 이야기를 아직 다 읽지도 못
했는걸요
어머니
능소화는 왜 도로까지 나와 목을 부러뜨리는 걸까요 바닥에 떨어
진 수많은 꽃들로 꽃이 토해내는 분내로 왜 도시가 이토록 뜨거운
걸까요
장맛!
일광교회 동부지구 구역 장님
마을지킴이 부녀회 장님
어머니 노래교실반 장님
시골초등학교 동창회 장님
아들 학교 어머니회 장님
노인정 봉사회 장님
장님 노릇이라면 눈감고도 척척인 101동 동대표인 그녀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첫날
총무 장부에서 드러난 영수증 없는 지출에 대해
얼굴 붉도록 핏대 세워 설레발치고 돌아가는 여자를 향해
어디가나 저런 사람 꼭 있지 쯧쯧! 니가 장맛을 알아?
장맛은 입맛이 아니라 손맛인 게야
여기저기 찔러 보지 않아도 단박에 알아차리는
항아리 장맛은 몰라도 사람 장맛은 아는 감칠맛 나는
**약력:2013년 《시와소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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