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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미니서사/박금산/결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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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47회 작성일 16-12-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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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서사

박금산





결혼 생각 ―『삼국유사의 견훤에 기대어





딸이 고백한다.

밤마다, 남자가 자주색 옷을 입었는데 제 몸 속에 들어왔다가 사라

져요.”

아버지가 말한다.

꿈에?”

딸이 말한다.

아니오.”

아버지는 말이 없다. 딸이 요구한다.

그 남자를 만나주세요.”

아버지는 딸의 말을 풀어본다. 자주색 옷을 입고 오는 한 남자가 있

, 그와 매번 동침합니다. 단서는 자주이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 아버지는 깊게 묻는다.

자주색이 분명하니?”

…….”

딸이 대답을 감춘다.




   봄밤이었다. 봄밤에 옷 빛깔을 분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자발을 전

제한다. 자주색 입은 남자를 반기기 위해 촛불을 켰던 것인가. 내 딸

? 도둑은 스스로 불을 켜지 않는다. 도둑은 주인이 불을 켜려하면 목

을 짓밟는다. 몇 차례였을까. 딸의 남자는 자주색을 입고 왔다. 물처

럼 흘러 들어와 딸의 침실을 적시고 갔다. 아버지는 딸의 옷고름을 바

라본다. 결정을 내린다. 자색이라면 괜찮다. 왕족의 색깔이다. 네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아버지가 말한다.

이렇게 하자.”

…….”

저것.”

아버지는 반짇고리를 가리킨다.

그 분의 저고리에 실을 매어 보거라.”

아버지의 말은 그 분이라는 존대로 바뀌어 있다. 자색이기 때문이

. 그분은 미끼를 삼키고 심해로 돌아가는 물고기처럼, 작살을 맞고

가는 고래처럼, 그러나 고통 없이, 실을 끌고 돌아갈 것이다. 딸은 아리

아드네처럼 남자와 사라질 것이다.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이다. 실을 따

라가면 그곳이 미래이다.



  날이 밝았다. 아버지는 실을 따라 간다. 실은 뒤란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는 눈 위에 난 발자국을 좇듯 천천히 걷는다. 실이 담장 아래에

서 끊어진다. 땅은 낚싯바늘을 삼킨 장어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그 땅

위에 딸의 저고리와 버선이 놓여 있다. 딸은 새 옷을 입고 시집을 갔다.






**약력:소설가. 1972년 여수 출생. 문예중앙으로 등단. 서울과기대 문예

창작학과 교수. 소설집 생일선물, 바디페인팅,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

았을까.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존재인 척 아닌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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