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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김나원/거품이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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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나원
거품이다
단풍의 생각을 지우려는데 동작순서가 낯설다. 바람이 된 머리카
락과 지도가 새겨진 발바닥, 구겨진 어깨를 넣고 동전과 나무 두 그
루, 생각 없이 넣어버렸다. 단풍 이전으로 돌린다. 무슨 꿍꿍인지 거
품만 돌아간다. 하늘은 점점 올라가고 헹궈도 헹구어도 사라지지 않
는 비둘기, 날개를 쉬지 않고 퍼덕인다.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탈수
된 기차의 팔과다리가 엉겨있다. 풀어도 꼬이기만 하고 지도는 부풀
어 세탁조 가득 뜬구름이다. 문을 열면,
분홍코끼리가 거품이 되다니, 너의 사랑도 거품이 되다니, 갈매빛
눈들이 거품이 되다니. 노을의 순간도 거품, 어제 산 보석신발도 거
품,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발바닥, 둥근 창 안의 세계는 사라짐이다.
띵 똥, 단풍을 다 지웠노라 알람이 울리는데 미끄러지는 방울들, 끄
집어낼 무엇도 잡히지 않는다. 마음만 부풀어 있다. 버튼을 다시 눌
러 기억을 더듬어간다. 놓친 순간은 되돌릴 수 없어 중심을 다시 세
탁해야 하는 날 머릿속 거품 빼는데 24시간.
시목
계측마을에 천 년 바람이 분다
성벽, 깃발들의 수화
산수유나무에서 길이 빠져 나온다
말발굽소리
소식은 마음 밖에서 오고
휘어지는 돌담길이 환하다
바람에 꺾일 수 없어
지상에 없는 길을 내고
천 년을 지킨다는 거
명치끝 발자국을 남긴 이가 떠나도
남아
꽃을 피워야 하는 거
시목 앞에 서면 흐트러지는 머리칼
딛고 설 깃발도 없는데
산 너머 옷깃구름
영원불변의 사랑이라니
이미를 지나 천 년 후 계측마을에 서 있다
**약력:2012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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