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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유정임/화분에 물을 주는 남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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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11회 작성일 16-09-0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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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유정임

 

 

 

 

화분에 물을 주는 남자

 

 

베란다 화분들에 물을 주기 전 남자는

웅크리고 앉아

말라 죽은 잎들을 꼼꼼히 따 낸다

이미 떨어진 것들을 정성스레 쓸어 모은다

 

꽃에 물을 주는 남자

그녀에게 겨우 제 몸에 한 조각을 떼어주고

다 주었다고 착각한 세월이

쓸어 모은 나뭇잎 만큼이다

그녀의 살점을 겨우 한 입 베어 물고

다 먹었다고 착각한 시간들이

떼어낸 나뭇잎 수보다 더 많다

 

그동안

한 번도 뒤돌아 본 적 없는

한 번도 쓰다듬어 주지 못한

세월 같은

꽃들에게 물을 준다

당신 살점 한 점 물고 사는 그녀에게 물을 준다

그녀 살점 한 입 베어 물고 산 자신에게 물을 준다

 

그 등이

둥글게 굽었다

 

 

 

 

별리(別離)

 

 

앞서가는 낯익은 남자의 한 걸음쯤

뒤에서 걷는 여자

무척 낯설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다

사람 속에 있어도

풍경조차 담아내지 못한

청 동 빛 그림자

 

울 줄도

사랑 할 줄도

미움도 없는

표정이 없는 표정으로 멈춰있는 뒷모습

영혼을 담아내지 못한 그릇 같다

 

낯선 저 여인.

거울을 보면서 수 없이 퍼 담았던

세월이 하얗게 지워지고 있다

 

그녀가 가고 있다

울음도 두고

사랑도 두고

미움도 버리고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가슴 밑바닥에서 빠져나가는

시린 그림자 하나.

 

 

 

**약력:2002년 리토피아 봄호 등단. 시집『봄나무에서는 비누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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