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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김효선/습지의 기억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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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김효선
습지의 기억
몰려든다
오랫동안 말을 참았다
고인다
눈부신 날들을 집어넣었다
모르고 내딛은 하나의 심장
평생 절박(切迫)을 끼고 산다
죽음은 점점 가벼워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물 밖의 심장들
풀잎은 언제나 아슬한 영혼을 품고
한 번 들어가면 평생 빠져나올 수 없는
고통의 내부는 환희로 가득하다
두통으로 헹궈낸 마침표 없는 문장들
깊어질수록 녹아내린 눈으로
나는 왜 가을을 살려 합니까
약속이라는 긴 거짓말 끝에
갈대의 시간은 갈대로 피어나고
흰 머리칼 쓸어 넘기는, 검은 물빛
습지의 계절이다
오해
이름을 모르고
얼마나 달콤한지 모르고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다
나무라고 하기엔 너무 여렸고
열매라고 하기엔 속을 알 수 없었다
스스로 뭉쳐지는 시간
고집이란 그렇게 다른 이름이다
너를 모르고 안으로만 숨었다
보랏빛으로 고여
시간은 눈물도 이기고
가을볕은 헤어지는 쪽으로 쏟아진다
뭉쳐진 고집들이 내 안에서
뭉개지는 동안
무화과는 스스로 익어간다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약력:2004년 계간 <리토피아> 등단, 시집『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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