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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최명진/직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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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최명진
직진
바람 속이다
미친년처럼
나는 펄럭인다
어깨를 조이고
안으로 시야를 좁힌다
좁혀지며 내 길은 늘어난다
바람은 길어진다
검은 구멍 속 소리들 일제히 입을 열고
높은 곳에서 새들은 앞으로 날지 못한다
거대한 먹빛의 구름 떼가
얼굴 위 그림자를 지난다
지금의 나를 기록하고 있다
나는야 절망이다
번개의 비명이 손아귀로 갈라지고
꺾인 나무의 머리통을 무언가 간신히 붙들고있다
뒤로 날아가는 것들로 내가
전진하는 착각처럼
몰려온 것이 몰려간다
몰려간 것은 몰려온다
누가 또 먼 앞 신기루처럼
예각으로 서서 나는
들이미는 앞발로
밀려가는 뒷발로
햇빛 찬란한 날들
내 꿈은 오래 전 낙엽더미에 묻혀있다
한번 헤친 적이 없어 흙바닥 아래는
개미집과 알들이 슬어있는
삽이라도 한 삽 뜨면
파여진 구덩이에는 수 마리 개미떼가
잡히지 않는 라디오 주파수처럼
점점이 흩어져 버릴 것이다
그 옛날에 한두 번 발을 잘못 디뎌
나는 다른 사람을 깔아뭉개버렸다
일부러 밟아서 고장 나게 한 적도 있다
부질없는 내 꿈은
까맣고 건강한 날개가 되어
다른 숲으로 날아가 버렸다
실바람에도 몸 뒤척이던 내 꿈은
나뭇잎을 갉아대다 멈췄거나
둥지 빛 가을 속으로 말라가고 있다
**약력:2006년《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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