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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장재원/문열리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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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91회 작성일 16-09-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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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장재원

 

 

 

 

문 열리다

 

 

한 우주가 폭발하며

순간이 피워낸 얼굴이 꽃이라고,

투명한 유리문 밖의 꽃과

꽃이 되어 그 꽃을 바라보는 안의 꽃은

순간이 자각한 제 얼굴이라고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 색 바랜 책의 부록 같은

홀몸 노인의 베란다

큰 화분들 틈에 가려져 있던

작은 화분 위 선분홍색 게발선인장꽃이 활짝 피었다


있는 듯, 없는 듯

보이는 듯, 마는 듯

이리도 신령한 화원의 문을 열고

저리도 곱게 고요히 피어나,

죽음보다 강한 번개불로 솟아나

쇠리쇠리한 오후의 햇빛 드리우는 아파트 거실에

홀연, 생생한 피를 펌프질해 주고 있는 꽃은

순간의 무구함이 깨운 잊혔던 제 얼이다


문 저편 얼굴이 열심히 게워낸 것이 꽃이듯

꽃 핀 얼굴은 세상을 향한 애틋한 문 열림이다

문 닫힌 외로움이 꽃으로 피어난다

꽃들로 환한 문 안팎 세상이다

 

 

 

 

내 손금 속 등산화

 


오래 전

푸른 산언덕으로 뻗은 오솔길 같은 감정선에 비해

희미해진 샛길 같은 결혼선 손금의 손을 펼쳐

짝사랑 애인 대신 샀던

멋진 수제가죽등산화

콩깍지 벗겨지자 찰떡궁합 아니었다


올라갈 땐 봄 산이었다가도

내려올 때는 늘 겨울 산

짓눌리는 발가락들이 흐린 운명선 위에서 끙끙 앓았다


;안 맞으면 새 구두라도 재깍 차 버릴 수 있는 두뇌선은

원래부터 깊고 뚜렸했다…

;비록 미약한 태양선이지만 언젠가는 나긋나긋해지겠지…


높던 코 납작해지고, 탱탱했던 뒤태도 쳐지고,

볼엔 어느덧 검버섯도 폈지만

여전히 사내의 발 부드럽게 감싸줄 줄 모르니

이젠 정말 아주 벗어 버리고 싶다

그러나 오늘도 다시 신는 내 손금 속

망할놈의 이 할망구!

한꺼번에 활짝 피어나는 순간,

 

연두빛 봄물이 번져나간다.

온 세상,

봄내음 천지다.

 

 

 

**약력:2008년《리토피아》로 등단. 시집『빈터』,『왕버들나무,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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