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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천선자/파놉티콘·15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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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890회 작성일 16-09-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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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천선자

 

 

 

 

파놉티콘·15

-나비의 탈바꿈

 

 

컴퓨터를 켜고 감시카메라를 본다.

한 밤에 긴 막대 눈이 직각으로 떨어진다.

앞 건물 뒤, 계단 밑에 센서 등이 켜진다.

삼번 카메라에 촉각을 세우고 시선을 집중한다.

후드 잠바의 모자를 눌러쓴 사춘기 남자아이가

이리저리 살피다가 벨트를 풀고 엉거주춤하게 선다.

고개를 숙이고 바지에 손을 넣고 아래를 본다.

점점 빨라지는 손놀림, 온몸을 부르르 떤다.

 

겨울잠을 자던 애벌레는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고,

나비가 되어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닌다.

 

 

 

 

파놉티콘·19

-세콤

 

 

급하게 서두르다 열쇠를 잊어버리고 나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궁리를 하다가 담을 넘는다.

갑자기 비상입니다. 비상입니다.

노란색 등이 번쩍이며 비상벨이 울린다.

겨우 내 집 담을 넘었는데 코앞에서 다섯 대 카메라,

눈알을 부라리며 쌍권총을 뽑아든다.

한 발짝만 움직여도 방아쇠를 당기려고 한다.

 

사이렌 울리며 도착한 경찰관,

수갑을 채우더니 현행범으로 체포한단다.

내 집이라고, 열쇠를 집에 두고 나왔다고 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경찰서로 끌고 간다.

 

형사가 독수리 전법 컴퓨터 앞에 살포시 앉는다.

책상을 탁, 치며 신문을 시작한다.

어디서 태어났어, 이름이 뭐야, 거주지는 어디야,

지금까지 몇 집을 털었지, 바른대로 말해.

 

매달 돈만 먹어치우는 강아지 보다 못한 고놈,

주인도 몰라보다니,

돌아가면 당장 때려부숴야지.

 

 

**약력:2010년《리토피아》로 등단. 시집『도시의 원숭이』.리토피아 문학상,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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