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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유승도/마주보여 웃을 수 없는 사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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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05회 작성일 16-12-28 17:52

본문

신작시

유승도





마주보며 웃을 수 없는 사이

   

 

산그늘이 진 오골계 집에서 하룻밤을 보낼 자리를 잡고 다소곳이

앉은 어미의 하얀 깃털 속으로 태어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병아리

들이 들어간다 더 이상 보드랍고 따뜻하고 아늑할 수 없는 곳으로

 

내가 다가가니 날개를 펼치며 경계를 하는 어미의 몸짓에 뭐야 뭐

병아리들이 쏙쏙 깃털을 비집고 머리를 내밀어 나를 본다 일찌감

치 땅에 내려온 북두칠성일까 서산으로 넘어가는 햇살보다 눈부신

빛을 본다

 

병아리들의 눈망울에 혹여 두려운 빛이 감돌까 얼른 발을 놀려 오

골계 집에서 멀어진다

 

너희들과 내가 마주보며 웃을 수 있는 사이라면 이렇게 만나지는

않았겠지

  


 

가을비 내리는 날, 저녁  

 


    비에 젖은 호두가 떨어져 맑은 얼굴로 나무 밑을 밝힌다 나무 밑이

하늘보다 환하다 하루 종일 비만 바라보고 있던 개가 사료를 들고

다가가자 비속으로 나서며 꼬리를 흔든다 빗방울이야 맞으면 어때

요 먹어야지요 점차 짙어지는 주위가 잠시 흔들린다

    염소집에선 염소가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채 먹을 걸 달라고 목 졸

리는 소리를 낸다 내리던 비가 주춤거리다 기세를 이어간다 풀을 베

다 주는 것도 포기다 내일 아침 일찍 주마 너는 젖은 풀을 좋아하질

않잖냐?

    산 아래를 보니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낮게 깔려 마을을 머

금었다 곧 어둠까지 덮일 마을에서 겨우겨우 빠져나온 한 줄기 노랫

소리가 산을 기어오르고 있다

    산비둘기 한 마리 마당을 가로지르며 콕콕 입질을 한다 비를 맞으

며 어기적어기적, 비야 더 내리려면 내리라며 내려앉는 어둠을 쪼아

먹는다 이젠 아무 것도 욕하지 않겠다는 듯, 비가 뼈까지 스며든다

고 해도 괜찮다는 듯






**약력:1995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일방적 사랑,

천만년이 내린다. 산문집 촌사람으 로 사는 즐거움,고향은 있다,수염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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