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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양선규/선괭이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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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양 선 규
선괭이눈
눈에 묻힐세라 숨 죽이며
가만가만 다가가 너를 만난다.
겨울 태백에서 부는 바람에 긁혀
눈이 휑한 선괭이눈
한 겨울 눈 속 헤집고 피어나는
아! 시린 발이 노오란 선괭이눈
등대
해질녘 남해 일몰, 바다를 붉게 물들일 때
전남 여수 오동도 동백 숲에 들어
비탈진 벼랑길, 한 무리의 낙화를 보았네.
머리채 떨어뜨린 통꽃, 언 땅에 곤두박질쳐서도
눈시울 뜨겁게 슬프도록 짙은 다홍빛
지척에 까만 어둠 밀어내고 하늘을 여네.
눈 내린 겨울밤 너와 내가 손잡고 걷던 길
심지를 크게 돋우고 환하게 비추던 등불
일어나라고 가만 가만 숲의 새들을 흔드네.
끝없는 바다와 한없이 이어진 섬
일몰과 낙화 거친 물살 가르며 부서지며
뚜벅뚜벅 또 하나의 길을 만들어 걷네.
송두리째 끌고 가는 어둠 뒤의 잔잔한 바다
푸른 물살 켜켜로 쌓이는 어두운 길
큰 돛대 하나 세우고 세상 밝히는 동백꽃
**약력: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튼튼한 옹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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