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60호/신작시/유인채/뭉치 보호작전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신작시
유인채
뭉치 보호작전
풍산개 한 마리가 바깥을 향해 꼬리를 친다
문밖에서 서성거리는
족보도 없는 점박이 잡견도 안절부절
두 놈이 주고받는 신호에 달아오른 한낮
방심한 틈으로
여덟 살배기 뭉치가 주인을 밀치고 뛰쳐나갔다
담장을 벗어난 개나리가
옆 건물 담벼락에 노란 물을 토해놓은 것처럼
태화강 공원의 대나무들이
벌거벗고 강둑 아래로 무단가출한 것처럼,
꽁지가 들러붙어
화끈거리는 봄날,
뭉치는 끝내
얼룩덜룩한 일곱 마리의 어미가 되었다
합방
결국 한 줌이었다
퉁퉁 부어오른 팔다리로 눈만 끔벅이던 몸
오늘 재가 되었다
딱 한 번 아기를 품었다 놓친 자궁에
업둥이로 들어온 딸, 한 집에 살던 첩이 낳은 아들 둘
빈자리를 채웠다
늙어서도 음주가무를 즐기는 남편을 마음 밖에 두고
형님 아우 구순했는데
또 바람이 나자 첩이 첩의 꼴 못 보고 집을 나가고
버리고 간 아들 둘 가슴으로 품었다
칠순에 들어 삼십 년 전 수술한 유방암 자리가 덧나고
다 타버린 가슴에서 뼈가 녹아 흘렀다
뒤늦게 병원 침상으로 돌아온 남편도
불쌍하다고 미안하다고
화장한 뼈를 간직했다가 자기가 죽으면 합장한다니,
젊어서부터 각방을 쓰던 종갓집 맏며느리
이제야 합방이다
**약력:1998년 시집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로 작품활동 시작.
2014년 《문학청춘》신인상 수상. 인천문학상 수상. 시집 『나는 가
시연꽃이 그립다』,『소리의 거처』 .
추천0
- 이전글60호/신작시/김광옥/구름이 검다하여 검은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외 1편 16.12.28
- 다음글60호/신작시/양선규/선괭이눈 외 1편 16.12.2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