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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신작시/유인채/뭉치 보호작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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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17회 작성일 16-12-28 18:02

본문

신작시

유인채





뭉치 보호작전



풍산개 한 마리가 바깥을 향해 꼬리를 친다

문밖에서 서성거리는

족보도 없는 점박이 잡견도 안절부절

 

두 놈이 주고받는 신호에 달아오른 한낮

방심한 틈으로

여덟 살배기 뭉치가 주인을 밀치고 뛰쳐나갔다

 

담장을 벗어난 개나리가

옆 건물 담벼락에 노란 물을 토해놓은 것처럼

태화강 공원의 대나무들이

벌거벗고 강둑 아래로 무단가출한 것처럼,

 

꽁지가 들러붙어

화끈거리는 봄날,

 

뭉치는 끝내

얼룩덜룩한 일곱 마리의 어미가 되었다

 



합방



결국 한 줌이었다

퉁퉁 부어오른 팔다리로 눈만 끔벅이던 몸

오늘 재가 되었다


딱 한 번 아기를 품었다 놓친 자궁에

업둥이로 들어온 딸, 한 집에 살던 첩이 낳은 아들 둘

빈자리를 채웠다


늙어서도 음주가무를 즐기는 남편을 마음 밖에 두고

형님 아우 구순했는데

또 바람이 나자 첩이 첩의 꼴 못 보고 집을 나가고

버리고 간 아들 둘 가슴으로 품었다


칠순에 들어 삼십 년 전 수술한 유방암 자리가 덧나고

다 타버린 가슴에서 뼈가 녹아 흘렀다

뒤늦게 병원 침상으로 돌아온 남편도

불쌍하다고 미안하다고

화장한 뼈를 간직했다가 자기가 죽으면 합장한다니,


젊어서부터 각방을 쓰던 종갓집 맏며느리

이제야 합방이다






 

 

**약력:1998년 시집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로 작품활동 시작.

2014문학청춘신인상 수상. 인천문학상 수상. 시집 나는 가

시연꽃이 그립다,소리의 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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