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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광옥

구름이 검다하여 검은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구름이 검다 하여

검은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가 크다 하여

내가 옳은 것이 아니다

목소리가 작다 하여

네가 겸손한 것이 아니다

네가 밝은 얼굴을 하자 내가 농을 걸었어

네가 고개를 돌리고 내 얼굴이 붉어지자

말을 멈추었다

네가 슬픈 얼굴을 하자

나는 말을 닫았다

말은 사라지고

침묵이 길어졌다

할 말은 거친 숨소리만큼 깊었고

…나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바람에 바람소리를 더하면

바람에 바람소리를 더하면

무엇이 될까

바람에 새소리를 더하면

새소리에 나뭇잎 흔들림을 더하면

나뭇잎에서 냇가로 떨어지는 물방울소리를 더하면

여울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풀벌레소리를 더하면

바람 따라 소리는 하늘로 이어진다

구름에 오선지가 그려진다

하늘이 높푸르게 노래한다

하늘의 오선지 따라

새들과 나뭇잎 소리에 풀벌레가 찌르륵거린다

하늘의 노래에 땅의 노래를 더하면

무엇이 될까

내가 노래하기 시작한다

**약력:1999년 《심상》으로 등단. 수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