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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신작시/조경숙/효자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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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조경숙
효자손
직장을 따라 아들이 지방으로 떠나자 빈 방 하나가 생겼다. 우리부부는 자연스럽게 베개를 들고 나누어졌다. 나란히 TV를 보다가도 각자 제 방을 찾아 들어가고 손닿지 않는 가려운 곳은 효자손을 찾는다. 누가 저 대나무를 구부려 효자손이라 이름 지었을까. 아직 아들에게 가려운 등 한 번 맡겨보지 못한 나는 대나무 손을 효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효자손, 그 이름 안에는 얼마나 외롭고 비장한 희망이 숨어있나. 내 건조한 변방을 아들의 의무로 맡겨야하는 명분, 그것이 아들의 손을 저토록 마르게 했나. 나는 아들 방으로 들어가 닿을 수 없는 나의 먼 벽을 효자손으로 벅벅 긁는다. 시원하다. 자세를 고쳐 다시 긁으며 생각한다. 누가 작명을 참 잘 했다고. 밤새 머리맡에 효자손이 나를 지켜본다.
밥
어머니는 나의 밥
나는 아들의 밥
나는 믿고 또 믿는다.
아들도 또 누구가의 만만한 밥이 될 것이다.
조경숙 (趙敬淑) 2013년《시와정신》등단. 시집『절벽의 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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