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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최휘웅/폐철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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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휘웅
폐철길
바다로 창을 내고 달리던
완행열차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해안선 따라 선회하던 갈매기도
안개 저쪽으로 사라지고
나비도 잠깐 철로 위에 있다가
녹색 뒤로 사라졌다
폐철로만 남아 우중충한 하루
어깨를 부둥켜안은 연인들은
기적을 반추하며
주름 잡는 햇살과 동행한다
하늘로 들어가는 문이 저쯤 있고
옷 벗은 악동들이 근처에 있지만
현실에서 비껴 선 철길은
도시가 밀고 간
녹 쓴 시간 저쪽으로
흔들리는 꽃들을 뒤로 하고
자지러질듯 휘어져 해안을 돈다.
내 안의 방
바람이 신발 벗고 달려온 날
문풍지 하얗게 노래지던 날
내 안에는 따뜻한 눈이 쌓였다
안락과 평화가 스며들어오고
나는, 칼 맞은 나는, 고치 튼
나는 너무 조용해져서
짐승의 울음을 지우다가
잠이 들었다.
방 안엔 아직도 미숙아인 내가
요 밑으로 파고드는 손발처럼
불빛이 새나가는 창을 더듬는다.
매서운 겨울이 가고
봄은 오지 않는다.
바로 신열을 앓는 여름인데,
내 안에서는
여전히 화려한 상처를 안고
꽃들이 무덤으로 가고
나는 그 행렬 뒤에 있다.
**약력:1982년 월간 『현대시학』으로 등단.현재 계간 『시와사상』편집인. 시집『녹색화면』 외 다수.
평론집『억압. 꿈. 해방. 자유.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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