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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홍일표/미래의 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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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78회 작성일 16-08-24 09:49

본문

신작시

홍일표





미래의 새

 

 

커튼 사이로 흘러든 빛이 바닥에 새를 낳았다

 

두루미 한 마리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바닥과 새 사이가 보일 듯 말 듯

나는 자꾸 새 밖의 새를 보고 있었다

 

얼핏 숟가락 같기도 하고 나이프 같기도 한 두루미

 

저건 빛이 그린 미래라고 말하면서 바닥을 굴러도

새는 꼼짝 안 하고 있다 최초로 지상에 착지하여 아침을 모르는 새 같다

 

새를 가져다가 키워야겠다

내 안의 불 꺼진 집이 좀 가벼워질 것 같다 잠시 나갔다 들어오니

새가 없다

 

나는 두루미로 사과를 자르고

두루미로 밥을 뜨고

새 안에서 폭발한 밤을 활짝 펴서 반듯하게 다려놓았다

날카로운 빛의 가시에 찔려 죽은피를 쏟는 밤

 

새를 완성한 바닥이 날아갔다 하늘의 고백이 많아질 것 같다 

 



 

농성장


 

시청 앞이 발생한다 어둠이 있어 눈 밝은 문장이 지나가고 툭툭 끊어지는 쉼표는 고독의 방식을 고수한다 저곳은 너무 환하여 어두운 바깥이다 나는 시청 앞을 외투처럼 입고 겨울 밖으로 재채기와 함께 튀어나간다 재채기는 바닥에 깔아놓은 바닥을 완성한다 잘 찢어지는 어제의 햇볕이거나 엉덩이 밑에서 새로 태어나는 차가운 행성이다 붉은 띠를 두른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태양이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꽃잎으로 떨어진다 길 가는 사람들은 길 안에 있지 않아서 어제 저녁에 잃어버린 핸드폰 같다 어디선가 혼자 울고 있거나 혼자 걸어가는 가로등이다 너무 선명하여 잘 보이지 않는 색깔이거나 너무 커서 잘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앉아 있다 밤의 외연은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동쪽 가시나무 끝에서 사라지고 지워지는 것이어서 오늘도 땅속을 기어가던 목소리들은 붉고 뜨거운 끈으로 광장을 묶고 있다 비로소 얼굴이 태어났나 비로소 오늘이 만들어져서 오늘이 되었나 시청 앞이 발생한다





**약력:1992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 살바도르 달리풍의 낮달』 『매혹의 지도,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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