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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허금주/귀는 왜 줄창 열려 있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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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95회 작성일 16-08-24 10:03

본문

신작시

허금주





귀는 왜 줄창 열려 있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흉터처럼 남은 명패가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내 발등에 고개를 부빈다 담배와 술과 청춘의 여자와 함께 사는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지독하게 뜨거운 노래가 긴 복도를 울리며 몰려 다녔다 당신을 만나면서 나는 아무 것도 갖지 못했고 슬픈 소설에서 가지고 나온 섬과 내가 서있는 샛길이 전부였다 샛길에는 한낮에 나를 버렸지만 붉은 독약이 되어 당신의 방에 발자국을 찍은 날과 질펀한 땅에 눈물만 퍼주던 당신에게 쓸쓸함을 묻지 않으리라던 나의 꿈이 섬으로 걸어간 날이 있다 술잔을 돌리는 그림 속으로 청춘의 여자를 끌고 들어간 당신에게서 떠나는 나는 다시 살아가는 일이 남아있다 귀는 왜 줄창 열려 있나* 중얼거리며

 

 

* 귀는 왜 줄창 열려 있나: 김국태 소설 제목




댄싱 플라워



은발의 그가 떠난 뒤

나는 단 한번도 그를 찾지 않았다

북아현동에서 신촌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걸으며

그가 가르쳐준 마지막 꽃의 이름은

댄싱 플라워

노란 꽃잎들이 무희처럼 날아갈 듯

바람이 불면

노란 숨결로 귀걸이보다 가까이 찾아오는

이 길, 그와 걸어가는 긴 여정의 끝임을

댄싱 플라워

뮤즈의 힘으로 한껏 음성을 굴리려 해도

늙은 음성이 쇳소리로 나뒹구는

노란 꽃잎 꽃잎들

홀로 가는 그의 눈물을 물들이고

그의 발자국을 노랗게 물들이고

그의 수많았던 눈짓으로 이어지는

 

 

 

 

 

**약력:부산 출생. 1993심상시 등단. 2001한국문인평론 등단.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시집 저문길은 나에게로 뻗어있다책으로 태어나는 여자』『오늘만 아름다워라옥돔구이』『비자림에 가고 싶다

             평론집한국 현대시의 맥한국현대시인 탐구I - 시적 체험과 그 형상학술논저 한국현대시인 탐구II - 김종삼 시연구

             대학교재글쓰기의 이론과 실제』. 현재 한양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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