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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하두자/( )에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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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하두자
( )에게
말하자면
두 개의 미완성 방이야
두 개의 입술이 열리고 두 개의 혓바닥, 두 개의 혓바늘이 돋아나는,
무한 리필되는 커피와 입안 가득 넘기지 못한 밥알과의 사이를,
망설이며 혼자 걸어가는 너의 발목과 뒤척이며 내가 걸어가는 골목을,
빛과 어둠이 흘러내리는 나와 너의 마음들을 스켄 받아
해독 되지 않는 문장에다 너와 내가 흘리는 조사를 주워 담아 놓을
방이 필요해, 함께 묶여 있던 흔적을 마모하고 완성된 문장을 만들기 위해
경계를 슬쩍 지우는 알록달록 별들이 빤짝이는 방, 꼬리모빌이 흔들리는 방
말하자면
두 개의 얼굴을, 두 개의 입술을 로그인 하고
먼 길 돌아 나와 이제는 하나의 얼굴로 서로 마주보며
( )를 닫는 완성 된 방이야
나도 가끔은 하느님을 만나
___굴업도에서
노을이 내리고 수평선이 붉어지는 저녁나절 바람은 연신 보체는 데
당신은 안개등만 달아놓고 어디로 떠난걸까 물너울과 날마다 눈높이를 맞추는
소사나무 숲 너머로 내가 아닌 내가 오늘의 여행도 끝과 시작을 같이 하는데
___이럴 땐 나도 가끔은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
소용돌이치는 뭍으로 당신을 보내고 바다와 인간 사이를 일렁이는 모든
문을 닫아걸고 울먹이며 출렁거렸을 한 때
안개가 풀어내는 몇 소절 슬픔처럼 떠나면서 만나는 낮선 섬, 섬
바다도 어쩌지 못하는 긴 여행에 지친 당신은 포말같은 주름을 남긴다
___이럴 땐 나도 가끔씩은 하느님을 만나
쉽사리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당신은 쓸쓸히도 돌아왔다
당신을 위해 언어를 굽고 익혔던 내 안에 떠도는 말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바다편지가 되어 섬과 바다 사이를 떠돌 때
우리는 바다에서 하늘을 하늘에서 바다를 한 몸으로 묶는다
___이럴 땐 정말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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