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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박혜연/호모에렉투스를 기억하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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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14회 작성일 16-08-24 13:40

본문

신작시

박혜연




호모에릭투스를 기억하다

-개도*에서 


  

부싯돌을 가져 와

지금이 최적의 조건이야

맑게 내리치는 햇살

투명하게 휘는 바람

한 번만 부딪쳐도 저 들판으로

- 번져 나갈 거야

우리 몸 안 불의 덩어리

저 개도 들판으로 튀어나갈 거야

 

어서, 나무에서 내려 와

부지런히 손을 쓰고

곧게 허리를 펴

정교한 손놀림으로 이 돌멩이를 쳐서

저 들판을 건너뛰는 거야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의 몸에

글자를 새겨 넣은 사람들

몸에 각인된 이름을 부르면서

들판을 뛰고 장수만을 건너

날마다 우리가 경배를 올리는

달의 나라까지

 

들판 위 순한 영혼들

오늘, 내리치는 봄의 부싯돌 속에서

번쩍 살아나고 있어

살아난 그들 불의 손이

 

,

주먹도끼처럼 단단한 저 햇살과 바람 속에

쾅쾅, 우리를 새겨 넣고 있어

 

*전남 여수시 화정면에 있는 섬

 

 

 

 

불을 지피다

-낭도*에서 


 

가슴 안에서 무언가 덜컥,

내려앉는 날이면

불쑥 어머니의 부엌이 떠오릅니다

식구들 생일이나 입학식 혹은 이삿날

어머니는 항상

부엌 바닥에 상을 차려놓고

두 손을 모았습니다

하얀 쌀밥이 고봉으로 올려지고

시루 채 얹혀진 팥떡

그리고 맑은 국과 나물

하염없이 두 손을 비비며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기도의 말들을

올렸습니다

낮은 웅어거림

닳도록 비벼대던 두 손

식구들의 일용할 양식이 만들어지던 그 곳에서

우리들 영혼의 양식도 함께 만들어졌던 것을 어느 날에야

덜컥,

 

낭도의 낮은 돌담을 도는데

마당을 가로질러 저만치 아직도 부뚜막이 있는

부엌이 보이는데

어둔 부엌 안으로 허리 구부린 아낙의 바지런한

손길이 보이는데

 

낮은 기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고

하염없이 비벼대던 두 손이 나를 안아올리던

그 부엌이 덜컥,

내 안에 들어와 뜨거운 불을 지피는 것입니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에 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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