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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권섬/詩作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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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권섬
詩作 1
- 혹, 그녀를 만난적이 있어.
그녀는 내 안에 사는 불덩이다.
그녀, 내 품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내 입술은 언제나 간질거린다.
시도 때도 없이 기억을 간질이고 가슴에 불씨를 뿌리는 그녀는 변덕쟁이다.
머리로 시작하자면 몸으로 소통하자하고
다시 몸으로 시작하자면 가슴으로 소통하잔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외면하기가 일쑤다.
그런 그녀를 쫒다가 지쳐 놓아줄까도 생각했다.
그러면 더 큰 불덩이로 나를 달구고 무딘 감각을 간지른다.
시도 때도 없이 그녀의 충동질로 내 입술은 간질거린다.
곧 그녀를 만날 것이다.
그녀에게 딱 맞는 은유도 준비하고 그녀가 좋아할 반전도 준비한다.
그리고 정성껏 그녀를 꿈꾼다.
그녀는 늘 말한다. 딱딱하고 심심함은 사절이라고.
그녀, 때론 머리 아프고 때론 가슴 쿵쾅거린다.
그녀의 맘에 드는 적당한 단어들이 자꾸만 얽힌다.
그녀를 만난적이 있다. 없다. 애초부터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
그녀의 이끌림은 치명적인 함정이다.
보일 듯 말 듯 그녀를 보기위해 때론 영혼도 판다.
누구도 어찌할 수 없다.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 분명 내 속에 있다.
우리는 딱히 말이 필요 없지만 그녀는 분명 말 걸어오기를 기다린다.
시도 때도 없이 내 입술을 간질이는 그녀만의 말에 늘 속수무책이다.
그녀에게 딱 맞는 말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그녀에게 길들여지고 있다.
아직 그녀를 보지 못했다.
詩作 2.
-그녀와 춤을
그녀와 커피를 마신다.
뜨거운 물이 닿을 때 커피 향은 코를 자극한다.
마시기전에 사라지는 커피 향은 그녀를 닮았다.
커피 향을 마시기 위해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가만히 젓는다.
그녀가 커피 향처럼 다시 젖어온다.
그녀와 음악을 듣는다. 음원 속에서 그녀의 연주가 시작된다.
드디어 춤이 시작되고 조심조심 그녀와 호흡을 맞춘다.
마음도 몸도 그녀와 하나가 된다.
음악이 끝나면 사라질 그녀를 음원 속에서 다시 건져 올린다.
미세한 그녀의 숨소리는 모두 음표가 된다.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낮은 음계는 높은 음계까지
여러 차례 높고 낮은 음계를 넘나들며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은유도 필요 없고 반전도 필요 없다.
아에이오유 아에이오유 그녀의 숨소리는 노래가 되고
노래는 계속되고 노래는 끝이 없고 아에이오유 아에이오유
그 노래 속에 이젠 내가 없다. 그녀도 없다.
커피 향, 음악, 춤, 그리고 숨소리.
모든 것이 사라지고 다시 하얀 백지.
몸 구석구석 그녀 숨소리 지나간 자리. 그녀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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