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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전희진/달과 여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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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829회 작성일 16-08-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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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전희진





달과여자



사람의몸 속에 사는 달이
만삭의 여자를 하루종일 끌고 다닌다
부엌에서 침실로 거실에서 마당으로
여자의 발뒷굼치에 달라붙은
거실 카펫 올들의귀가 쭈볏
제 몸 긴장의 털을 바짝 세운다
쿵,하고 언제 바닥으로 굴러떨어질 지 모르는,
자고 나면 몰라보게 커져만 가는
여자의
측량할 길 없는 먼 길을 따라
누런 녹두빛 카펫도 제 품을성큼 늘리고 있다
빛에게말을 걸듯
하얀 잠 속의 태아가
부드러운지표면을두드린다
말을 받듯 세 살 어린아이가
뻗어도 뻗어도 달 속까지 뻗어지지 않는
짧고도 긴 두 팔을 힘껏 벌려
엄마와달을  모두 감싸 안는다





꽃들의 장례



죽은단 한사람을 위해
수많은 꽃들은 기꺼이 죽는다 부장품처럼,
단 한 번도 제대로 물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상투적인 웃음만 일삼던 사람들을 위해꽃들은
상투적인 죽음으로
조의를 표한다
사랑하는가족들의 비통과 침통을 위해
부음에 불려나온 모든 애도를 위해


장례식장 벽을 도배하듯 세워져 있는
수많은 화환들
분질러진 자신의 다리를 긴 나무막대 의족에 가린 채꽃들은
최대한화려한 침묵의 자세로
사람의 장례를 지켜본다
파이프 오르간의 장중한 곡에 눌려
꾹꾹 터져 나오려는 향기를 가까스로 자제하며
떠나간 한 사람을 위해
곧 떠나게 될 모든 조객들을 위해
곧 시들어 갈 자신들의 산 제사를 위하여
오늘도 꽃들은 기꺼이 웃는다



**약력:서울출생.2011년‘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로사네집의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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