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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박철웅/똥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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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672회 작성일 16-08-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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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철웅





똥집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을 하며
똥집을 먹는다
집 없는 슬픔에
술은 축축이 젖어가고
달은 가로등처럼 아늑하다
어둠이 스멀스멀 목까지 기어오른다
이제 가야지
가슴 속에 맛있는 집 그득하다
오늘 밤도 이보다 더
근사한 집은 없을 거라며
흔들흔들 똥집을 흔들며
가로등 등불 아래 벤치에서 하루를 내려놓고
신문지 한 장으로 얼굴을 가린다
아침이면
좋은 소식이 날아올 것이다





분수



마음이 부서지고 무너져서 더 이상 부서질 그 무엇이 남아있지 않을 때, 눈물의 형상으로 치솟아 오르는 것을 분수라 하자. 하면, 분수는 마음의 다른 이름. 그 울음이 울음을 잊고 물보라가 되고 바람에 휘날리다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고 춤을 추다가 솜사탕처럼 햇살과 살을 섞을 때쯤엔 황홀한 마음에 무지개가 되기도 한다지. 그러다가 저녁이 오면 자신의 존재를 다시 돌아보며 제풀에 꺾여 조용히 몸을 낮춘다지. 눈물도 멈추고 몸도 거두어 허공이 된다지. 세상 어디에도 내 흔적은 이제 찾을 수 없을 거예요. 당신의 빛바랜 추억이 나를 잊었듯이 물방울 같은 당신과 나. 햇살이 잠시 연애 중일 때 따뜻한 기억을 찾은 것처럼 각자의 길을 떠나는 거지. 하지만 당신도 그러하겠지. 해 질 무렵 가만가만 손잡고 숲 속의 길이 끝날 때까지 걸어가고 싶었다고.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서로의 눈길은 멀어지고 나는 낙엽진 길을, 당신은 그림자진 길을 홀로 걷기 시작하더군요.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마음은 되뇌고 되새김하지만 내 발은 습성처럼 낙엽 진 길을, 당신은 그림자 진 길을 무슨 거창한 사색가처럼 걸을 뿐, 우리의 첫발은 돌아오기 위하여 떠나는 것이지만 어쩌면 우리,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을 즈음에 눈만 깜박거리며 그건 아니었어. 이슬로 내려앉는 분수처럼 우리의 영혼도 그렇게 내려앉을까. 잠깐 무지개 떴던 날 생각하며 희미한 언어들, 이건 아닌데, 아니었는데, 바람에 나부끼고…





**약력:전남 해남 출생.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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