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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박하리/길 위에 널린 말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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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하리
길 위에 널린 말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의 길을 만들고,
그의 집을 만들고, 그의 사람을 만들고, 그의 태양도 만든다.
그의 말은 벽이 되고, 벽 속에 그림이 되고, 벽의 꽃이 된다.
혀끝으로 뱅뱅 돌아 나오는 말들은 길의 낙엽이 되어 구르고,
하늘의 구름이 되어 비로 내린다
그의 말은 귓볼을 스치고 가는 바람이고,
벽 속에는 회오리로, 컵 속에는 태풍으로 만들어진다
흔들린다
말이 흔들린다
발걸음이 흔들린다
쏟아져 나오던 말들이 발걸음에 밟히다가 사라진다.
길이다
산과 눕다
후드득, 비 내리는 여름날이다
서까래 밑으로 끌고 다니던 온갖 짐들을 어깨에 짊어진다.
굽어진 어깨가 근육통을 일으킨다.
버려두었던 짐도 버릴 것이 없다
손끝 뼈마디에도 매달고, 발끝 뼈마디에도 묶어 놓는다
덜렁덜렁 날아갈 듯 매달려 있는 모자,
머리 위에 얻고 흐르는 땀을 훔친다.
활처럼 휘어진 어깨의 무게는 두 다리를 흙 속에 묻는다.
버릴 것을 찾는다. 가져갈 것도 없다.
풀어헤쳐진 짐들이 비에 젖는다
가벼워진 몸이 산을 넘으며 휘파람을 날린다.
짐 떨궈 놓고 넘는 산의 능선이 휘파람으로 흔들거린다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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