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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인상/권월자/카톡, 무지개 외 4편/당선소감/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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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99회 작성일 16-08-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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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권월자

 

 

카톡, 무지개

 

카톡이 울린다. 회색빛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떠 있는 무지개 사진 두 컷 올라온다. 또 카톡이 울린다. 수원 하늘에 쌍무지개 떴다는 소식이다. 다시 울리는 카톡 이번에는 쌍무지개 방향이 반대로 뜬다. 또 울린다. 이번에는 신 아무개 님이 올려놓은 쌍무지개 작품사진이다. 또 다른 카톡 소리 울린다. 한 아무개 님이 포착한 무지개 포물선이 제법 크다. 세 장의 쌍무지개이다. 아직도 떠 있어요. 창밖을 보세요. 김 아무개 님의 카톡이다. 와우, 부라보, 레인보우. 정 아무개 님의 쌍무지개 카톡이다. 보통리에 뜬 여섯 개의 무지개 악보이다. 윤 아무개 님이 등장한다. 방금 전 어두운 산책길에 정체 모를 괴물이 지나갔단다. 이티가 교섭 마치고 유에프오 탔다는 통신입니다, 했더니 지구상의 짐승은 아닌 듯합니다. 신 아무개 님이 나타난다. 제가 보냈는데 접선 실패군요. 화성사람인데요, ~ 하하하 무지개를 저녁국으로 한참 끓인다.

 

 

 

 

고생만 시켜서

 

 

익숙치 않은 소도시 공장 생활 속에서 위안이 되었던 것은 말없이 가로등 밑에 기대어 기다려주던 몸집 좋은 그 사내 였지 세상 모든 어려운 일 다 막아주리라던 마도로스 권 남쪽나라 보길도에서 뭍으로 나와 첫 눈에 알아본 여인은 손 모씨 숟가락 하나 없이 시작한 살림이어도 신접살림은 마냥 깨가 쏟아졌으니 몸은 힘들어도 살림은 늘어가고 아이들도 하나 둘 태어나고 그 중 하나 잃고 또 태어나고 손가락 두 개 잘려나가고 바다와 사투를 벌이기도 하더니 꿋꿋이 일어나 집 장만하고 재산 늘려가더라. 이웃집에서도 아쉬운 소리 하러 더러 오고 손주도 하나둘 생기고 막힌 바다 보상도 받아 목 좋은 곳에 땅도 봐 두고 고추농사도 지어보고 제법 재미지게 살 듯하더니 갑자기 당뇨, 고혈압 진단받고 급기야는 폐암 수술 받아들일 만 할 때 콩팥 망가져 호홉곤란으로 엠블런스 타고 군산서 서울행이라 급히 신장투석 실시하고 쇼크사 불러오고 산소호흡기로 겨우 심장은 뛰게 되었으나 사람을 알아볼 수 없는 스물네 시간 의식이 돌아오며 말 대신 처음 뱉어낸 글자, 미안합니다. 고생만 시켜서.

 

 

 

 

기역자 어머니

 

 

삼남삼녀 키운다고 변산반도 한켠에서 부지런히 농사짓던 아낙이 벼농사만 가지고는 어찌할 수 없어 콩이야, 수수야, 고추야, 배추야, 양파야, 무야, 감자야, 고구마야, 가지야, 할 것 없이 이 밭, 저 밭 다니며 일구고 또 일구었지만 달라진 게 없어 한숨 쉬던 차, 이웃 집 밭일 품 팔아 새록새록 살림은 늘어갔으나 얼굴은 가랑잎 되고 손발은 갈퀴 되었네. 품 팔아 얻은 콩 머리에 이고 오다 미끄러져 허리가 댕강, 남편은 소 한 마리 값 200만원 병원비 어쩌겠느냐 그냥 석 달을 눕혀만 놓았다네. 대소변 다 받아낸 동서마저 하늘이 샘 내 먼저 데려가고 세월 흘러 장성한 아들들 부러진 허리 펴주려 온갖 명의 찾아 나섰으나 억만금을 주어도 이미 때를 놓쳤다 하네. 그래도 기역자 허리로 농사일 하면서 자나깨나 자식 걱정으로 눈 뜨고 감네. 해질녘 구부려 누워 밭언덕 남편 무덤 바라보며 그래도 한평생 씩씩하게 잘 살았지유. 남편이 눈감을 때 막내아들만 불러놓고 긴히 남긴 말 있다 하네. 니 엄니 관에 들어갈 때 뚜껑 잘 닫아야 되야.

 

 

 

 

잠보

 

 

소리가 모여 홀을 메웁니다.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고르고초 쓰레기 더미에서 출생신고도 없이 살아가던 아이들에게서 하늘이 준 목소리로 합창단 만들어 희망 기쁨 반가움 노래하게 만들었죠. 한 조각 빵보다 더 배부른 것이 노래죠. 함께 불러 더 크고 더 씩씩하고 더 다이나믹한 것이 합창이지요. 혼자만 잘 불러도 안 되고 나 하나쯤 틀려도 안 되지요. 모이기도 어렵고 맞추기도 어렵지만 만나면 금세 화음 이루게 되는 것이 어쩌면 중독입니다. 부르는 사람 흡족하고 듣는 사람 즐거우니 초원에 맨발로 뛰어다니는 검은 피부의 아이들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북소리 둥둥둥 들려오기 때문이지요. 바로 잠보 그 노래죠. 케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추석 시장

 

 

동그라미 속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 몸빼 바지 아낙이 코를 박고 두리번 두리번거린다. 반팔 티 차림의 남정네 둘이 막 들어가려한다, , 순대, 곱창볶음, 빈대떡, 핑크바탕, 꽃무늬 인견, 짧은 파마, 거무스름한 얼굴의 할머니 쳐다본다. 두부 즉석 손두부, 츄리닝 상하의 아줌니 생각한다. 생닭 무뼈닭발 닭날개 닭가슴살 오골계 토종닭 오리, 돼지갈비, 노래방, 간판 없어도 포도 복숭아 멜론 배 사과 자두 토마토 인산인해인 거리가 걸어간다 시간이 걸어간다. 명절 지킴이들 정성 한보따리 손에 들고 바쁘게 바쁘게 보름달 속으로 걸어간다.

 

 

 

 

<수상소감>

 

문학과 삶, 또 하나의 길

삶의 현장은 오히려 내게는 즐거움이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반추反芻해 보면 일과 여러 사건들은 모두가 희열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간다는 일은 인연因緣일 터이고 그것은 분명 행운일 것이다. 대학 학보사에 관여했던 일도 그렇고 꿈 많던 시절 글과 함께 고락을 했던 일 역시 그렇다. 대문을 여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여고생 때 첫 시나비가 날아라, 하얀 나비가내 손 때가 묻은 액자가 대구 친정집 벽면 그 자리에 있다. 이 시를 40년 세월동안 마주하고 계시는 친정어머님과 아버님, 얼굴에 파인 주름살의 숫자만큼 장녀로서의 등이 무거움을 느낀다.

 

누구나 겪게 되는, 시행착오 때마다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시의 세계로 들어서면서 숫처녀처럼 떨리기만 한다. 임전무퇴臨戰無退라 했던가. 혼신의 힘을 다 할 것이다.

 

존재에 대한 너그러움으로 새로운 여정에 오른다. 삶의 한계를 따뜻하게 수용하면서 에너지 넘치는 마음으로 이 길을 걷고자 한다.

 

주위에 고마운 분들이 많다.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준 문학단체 회원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작품이나마 거두어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권월자

 

 

 

<심사평>

 

이면(裏面)의 해학(諧謔), 접힌 주름의 안쪽 탐색하기

 

시와 언어의 관계에 대한 현대적 관점은 너무나 다종다기(多種多岐)해서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 점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수 있다. 언어를 단순히 시의 질료로 생각하는 소박한 단계는 지나도 예전에 지나왔다는 것이다. 여전히 시는 언어를 재료로 쓰이고, 소통되고, 읽히지만 더 이상은 작품의 표면을 읽는 것에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시적 의미가 언표 된 사실에 있기 보다는 그것이 은폐(隱蔽)하고 있는 의도에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오늘의 시인들이 위악적(爲惡的)인 포즈를 선호하게 된 요인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선보이는 권지문의 다섯 편의 작품들은 작품 전체를 일관하든, 핵심적인 시행에 걸쳐만 있든 상관없이 다분히 위악적이고 해학적인 포즈를 통해 시적 진술의 묘미(妙味)를 더하고 있다. 가령, 고생만 시켜서는 작품 전반부의 진술이 시간적 순서에 따라 연대기적 배열이므로 이야기 자체로는 큰 긴장을 유발하지 못한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 “사람을 알아볼 수 없는 스물네 시간 의식이 돌아오며 말 대신 처음 뱉어낸 글자, 미안합니다. 고생만 시켜서.”라는 반전, 즉 작품 속 주인공의 속내가 자연스레 토로되면서 시적 의미를 극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 이런 수법은 기역자 어머니에서는 더욱 극적이고 해학적이기까지 한데, 작품의 대부분이 연대적 서술이라는 점은 앞의 작품과 같지만, “해질녘 구부려 누워 밭언덕 남편 무덤 바라보며 그래도 한평생 씩씩하게 잘 살았지유. 남편이 눈감을 때 막내아들만 불러놓고 긴히 남긴 말 있다 하네. 니 엄니 관에 들어갈 때 뚜껑 잘 닫아야 되야.”라는 끝의 두 이야기가 상충하면서도 보완적으로 작용해 작품을 특색 있게 한다.

다섯 편의 작품을 통해 시적 자질과 소양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보이지만, 사실 추석 시장동그라미 속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 몸빼 바지 아낙이 코를 박고 두리번 두리번거린다. 반팔 티 차림의 남정네 둘이 막 들어가려한다, , 순대, 곱창볶음, 빈대떡, 핑크바탕, 꽃무늬 인견, 짧은 파마, 거무스름한 얼굴의 할머니 쳐다본다. 두부 즉석 손두부, 츄리닝 상하의 아줌니 생각한다. 생닭 무뼈닭발 닭날개 닭가슴살 오골계 토종닭 오리, 돼지갈비, 노래방, 간판 없어도 포도 복숭아 멜론 배 사과 자두 토마토 인산인해인 거리”, 이 긴 서술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묘사든 진술이든 좀 더 개성적인 자기 발견과 의미 부여의 인식적 수고가 필요하다. 그것이 작품이 소품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준다. 자신만의 시적 개성을 더 확고히 해 앞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나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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