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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미니서사/박금산/헤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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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06회 작성일 16-08-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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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서사

박금산

 

 

 

 

헤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연인

 

 

남자는 수건과 양말과 운동화와 샤워도구와 갈아입을 옷을 가방에 넣는다. 라켓을 넣는다. 가방을 메고 주차장을 지나간다. 남자의 차는 앞바퀴 펑크로 가라앉은 지 한 달 넘었다. 여자가 송곳으로 찔렀다. 남자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전광판을 바라본다. 첫차는 기점에서 540분 출발이다. 새벽 운동은 시작 시각을 잘 지켜야 한다. 남자는 차를 기다리며 파트너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힘내서 일어났음,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 정시에 합류 가능. 남자는 첫차를 기다린다.

 

남자는 지선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들어간다. 개찰구 기둥에 가방이 걸린다. . 뭔가 꺾이는 소리 같다. 뒤를 돌아본다.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는 여자가 서 있다. 남자가 바라보자 여자는 고개를 돌린다.

남자의 운동장은 외곽에 있고 여자의 회사는 시내에 있다. 계단이 두 갈래로 나뉜다. 여자는 시내 방향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남자는 외곽 방향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잠시 후 남녀가 마주선다. 철로를 사이에 두고 각자에게 맞는 동작을 취한다. 여자는 안전문 유리에 모습을 비춘다. 매무새를 고친다. 회사에 도착하면 겉옷을 벗을 것이다. 여름인데 긴 옷 정장이다.

남자는 전동차 도착 안내판을 바라본다. 새벽이라 배차간격이 길다. 4분 후 도착이다. 반대 방향 전동차의 운행 정보는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가방을 내려놓는다. 어깨를 푼다. 맨손으로 스윙을 연습한다. 여자를 의식한다. 반대편 플랫폼에서 여자가 고개를 돌린다. 남자는 손아귀에 힘을 준다. 스윙은 뺨을 쳐서 넘어뜨리듯이 해야 한다. 상대의 고개가 돌아갈 정도가 아니라, 온몸이 넘어갈 정도로 강하게 밀면서 가격해야 위닝이다. 남자는 땀이 난다.

전동차가 들어온다. 남자는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도 남자를 바라본다.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친다. 전동차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남자는 손을 비빈다. 안전문으로 바투 다가선다. 남자는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여자에게 중지를 세워 뻑, , 한다. 여자가 반응을 보이려는 순간이다. 전동차가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든다.

 

반대편에서도 전동차가 들어온다. 순식간에 많은 빛이 교차한다.

 

유리창 속에는 남자가 승차하길 기다렸던 남자가 있다. 전동차가 움직인다. 창밖이 어둠으로 바뀐다. 남자는 유리창으로 다가간다. 어둠 속의 남자를 바라본다. 서로 뻑, , 인사한다. 남자는 전화기를 꺼낸다. 메시지 박스를 연다. ‘힘내서 일어났음,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 정시에 합류 가능’. 경기 파트너에게 보낸 메시지가 마지막이다. 여자에게서 반응이 오길 기다린다. 남자는 운동장에 도착할 때까지 전화기를 주물럭거린다. 여자는 반응하지 않는다.

남자는 운동장으로 들어간다. 파트너가 묻는다.

라켓 가방은 어디 있어?”

?”

남자는 두리번거린다. 자신의 외양을 훑어본다. 가방이 없다. 플랫폼 바닥에 두고 전동차에 올랐다. 여자의 반응을 기다리는 전화기에 매달려 맨몸으로 왔다. 손을 바라본다. , . 여자가 가방을 챙겨두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 남자는 전화를 건다. 여자에게 걸고 싶지만 처음 통화하는 역무원과 가방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약력:소설가. 1972년 여수 출생.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고려대 국문과, 동대학원 졸업. 서울과기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소설집 생일선물, 바디페인팅,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 존재인 척 아닌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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