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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김밝은/플래어스커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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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047회 작성일 16-08-2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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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밝은





플래어스커트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
기침소리만 받아내던 플래어스커트에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


치맛자락 어디쯤에서 우화한 나비가
푸른 절벽 위에서 날아가 버린 날
북두칠성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외옹치外瓮峙의 바닷물 흘러들었던 것일까


펄럭이다가 휘날리다가 애면글면한 상처들을 붙잡고
파도치는 치마위에 얼굴을 묻으면


죽음 앞에서처럼 순해져야 하거나
온 몸을 바동거려야 할 때라고
내려놓아야 할 무엇 아프냐고


낯익은 인기척 같은 저릿한 눈물이,
눈물을 짊어지고 북두칠성을 향해 부풀어 오르는 저녁
머뭇머뭇하던 꽃잎들이 팽팽해진 울음으로 출렁였다


바다의 눈동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래 전 안부를 생각하다



나이 들어가는 얼굴처럼
애잔해진 달을 만지작거리며 술을 마실 때면
뒤돌아선 네가, 보고 싶어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우아하던 귓속 달팽이관이 균형을 잃고 어지러워지곤 한다


매미허물처럼 알맹이는 사라지고 껍질만 남겨진 시간
두꺼운 눈꺼풀을 들춰 들여다보지만
주먹 쥔 손의 손금을 훔쳐볼 수는 없는 것


환한 불빛 아래서 오히려 읽어낼 수 없는 날들이 있다


오글오글한 말들이 옴팡지게 젖어있는 옷자락에
술잔에 새겨진 너의 지문이 비틀거리면
뒤척이다 깨어나 쓰는 새벽 세시의 문장처럼 쓸쓸해진다


꽃잎살결처럼 부드럽던 웃음은 오래도록 남아서
심장가까이에서 뽀드득거린다고,
오늘은 치맛단을 들어 올린 바다가 남쪽에서 올라온다고 말을 건네도
풍경을 읽어주던 입을 달싹여주지 않는다


가질 수 없는 내일을 꿈꾸다 부끄러워지는 날 


찌릿찌릿하게 다가오던 봄날이 슬픔의 모퉁이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다



**약력:2013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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