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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김청수/늙은 의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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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청수
늙은 의자
늙은 의자가 존다
꾸벅꾸벅 존다
어느 한 생 굼벵이처럼 힘겹게 고개 든 할머니
쭈글쭈글 말라 버린 우물
웅숭깊던 그 바닥 두 손으로 문질러보지만
말랐는지 오래다
한평생 가족들 밥상 들고
고단하게 문턱이 닳도록 넘고 넘었을
가뭄에 갈라 터진 발바닥
젖은 걸레로 닦고 있다
객지 떠돌던 아들 돌아와
감나무 밑동 잘라버린 옆 자리에
고추 몇 포기 심어 놓고
늙은 의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경계
능선처럼 살아온 팔순의 슬픔
행간을 흔들며 침해의 강 건넌다
혹독한 그리움의 심해
청상의 몸보다 마음이 더 서러워서
눈도 입도 귀도 닫아걸고
아득하게 살아온 세월
호스피스 병동, 특실
보물처럼 간직해 온 기억의 창고
그 열쇠를 잃어버리고
아양교를 건널 때
한순간
금호강처럼 순해진 강물을 보았다
붉은 비단 펼쳐진 하늘길
산 너머 미끄러지는 노을 속
당신의 기억들 그 마지막 편지 읽고 있을 때
팔순 반야용선
강 언저리 죽음의 경계를 넘고 있다
**약력:1966년 경북 고령 개실마을 출생. 2014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2005년 시집『개실마을에 눈이 오면』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차 한 잔 하실래요』『생의 무게를 저울로 달까』『무화과나무가 있는 여관』<함시> 동인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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