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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김청수/늙은 의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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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862회 작성일 16-08-29 10:03

본문

신작시

김청수

 

 

 

 

늙은 의자

 

 

늙은 의자가 존다

 

꾸벅꾸벅 존다

어느 한 생 굼벵이처럼 힘겹게 고개 든 할머니

쭈글쭈글 말라 버린 우물

웅숭깊던 그 바닥 두 손으로 문질러보지만

말랐는지 오래다

 

한평생 가족들 밥상 들고

고단하게 문턱이 닳도록 넘고 넘었을 

가뭄에 갈라 터진 발바닥

젖은 걸레로 닦고 있다

 

객지 떠돌던 아들 돌아와

감나무 밑동 잘라버린 옆 자리에

고추 몇 포기 심어 놓고

 

늙은 의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경계

 

 

능선처럼 살아온 팔순의 슬픔

행간을 흔들며 침해의 강 건넌다

 

혹독한 그리움의 심해 

청상의 몸보다 마음이 더 서러워서

눈도 입도 귀도 닫아걸고

아득하게 살아온 세월 

 

호스피스 병동, 특실

보물처럼 간직해 온 기억의 창고

열쇠를 잃어버리고

 

아양교를 건널 때

한순간

금호강처럼 순해진 강물을 보았다 

 

붉은 비단 펼쳐진 하늘길

산 너머 미끄러지는 노을 속

당신의 기억들 그 마지막 편지 읽고 있을 때

 

팔순 반야용선

강 언저리 죽음의 경계를 넘고 있다

 

 

**약력:1966년 경북 고령 개실마을 출생. 2014시와사람으로 등단. 2005년 시집개실마을에 눈이 오면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차 한 잔 하실래요생의 무게를 저울로 달까무화과나무가 있는 여관<함시> 동인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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