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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장자순/나무와 잎 사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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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장자순
나무와 잎 사이
비가 비를 맞으면 비는 죽음의 싹이,
비가 웅덩이에 떨어지면
소리의 꽃이 피어 사방으로 날아간다
날과 날이 만나면 하루가 공중으로 흩어질지
흙으로 돌아갈지
돌처럼 앉아 돌처럼 생각하다
돌처럼 입을 허공에 벌리고 잠을 잔다
당신과 나 사이 입의 허공이 살고 있다
잎과 잎 사이 바람이 살고 있다
멀리 있는 당신과 당신 사이
가까운 곳으로부터 눈물이 마르고 있다
씨앗이 될 때까지
오후의 틈
아침 해가 현기증을 일으키며
눈을 뜬다
돌 사이 엉겅퀴 잎에 맺힌 물방울이
햇살을 골라내고
해의 밝음이 낭떠러지로 굴러가고
그늘 깨지는 소리, 잡목을 깨운다
날개가 젖어 있는 곤충은 한 쪽 다리를
풀섶에 기대고
찢어진 그늘 사이
나뭇잎들이 손바닥에 지문을 남겨 놓는다
시간의 이동은 산과 산 사이 너를 따라가고
바위는 자신의 위치에서 빈틈이 말라간다
산을 넘는 새의 날개가 바람의 눈으로
균형을 잡고
하늘 아래 허공이 계곡의 침묵을 건져내고 있는
오후의 틈,
칡넝쿨이 손을 뻗는다
**약력:2014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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