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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최서연/물은 맨살로 흐른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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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서연
물은 맨살로 흐른다
맨살로 흘러가는 물을 본다
돌부리에 부딪혀도
물방개가 장구치고 풀뿌리가 발을 걸어
온 몸 상처투성이어도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어디로 가든
말이 없다
흘러온 모든 것을 안고 있으면서
또한 내려놓은
그리고
나뭇잎 하나 걸어놓지 않는
묵묵한 영혼을 보며
하루의 지친 발을 담근다
남편은 삼식三食이다
쌀가마니 쌓아올린 듯한
40년 직장을 거두어들인
남편은 삼식三食이다
요새 삼식이가 어디 있냐고?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두드러기처럼 번져나가는 날에도
콩밥에 콩자반으로 뜨는 숟가락은
솜사탕 얹어 놓은 것처럼 날아갈 듯 달콤하다
그 흔한 삼계탕을 끓이거나
사과와 당근 같은 과일주스를 갈아 본지 오래지만
삼시세끼가 최고라며
온몸이 불어터진 누룽지 앞에서도
밥상에 걸린 입 꼬리엔
처음으로 보는
살구꽃 볼우물 벙그러진다
**약력: 2014년 「리토피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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