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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손종수/부의賻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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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77회 작성일 16-08-29 11:01

본문

신작시

손종수

 

 

 

 

부의賻儀

   

누가 죽었다, 먼 길

서두르느라 미처 건네지 못한

땡볕의 호미가 유산이라 했다, 하얀 예복 입고

이제야 강 건너 온다

 

죽음은 늘 낯설거나 늘 낯익다

 

아낙의 변두리 생애는

낡은 화장대 거울 같은 것,

삼베완장 무릎 꿇고 질긴 미련

털어낼 때마다 그저 함께 웃고

함께 우는 표정의 품앗이다

 

누군가 살아있다 변변히

물려줄 것 하나 없어 차마 숨겨두었던

장바닥 젖은 손의 채무 검은 예복 입고

이제야 강 건너 간다

 

죽음은 산 자도 죽은 자도 낯설다

 

나는 오늘 살아 있고

부고가 떴으므로 검은 예복 입었다

얼굴 한 번 마주친 적 없이

먼 길 떠난 빙모

기억에 없는 빚 갚으러 간다

 

나도 한때 어떤 희생의 유산 상속자였다.

마지막 잔칫상에서 나눈 밥에 대한 포옹의 기억

 

 

 

 

명왕성 이야기

 

  

누군가의 오랜 집이 되고 싶었다

    

방바닥에 엎드려 동화책을 보다가

바느질하던 엄마와 마주친

아이의 웃음 같은 집

    

육성회비 내지 못해 교실에서 쫓겨났을 때

동네 골목까지 따라온 햇살

그림자친구 같은 집

    

신문배달하다 갑자기 쏟아진 소낙비에

마음까지 온통 젖을 때 불쑥 건네준

소녀의 노란 우산 같은 집 

 

김장철 시장바닥에서 줍던 배추겉대보다

더 시퍼런 인심의 틈새에서 손짓하던

포장마차아저씨의 오뎅 국물 같은 집 

 

고속재봉틀 바늘에 손가락 꿰뚫려

공장바닥 군용이불 속에서 밤새 앓던

소년의 아늑한 꿈같은 집  

 

모두가 안 된다고 고개 저을 때

홀로 일어나 내가 하겠노라고 말하던

남자의 푸른 가슴 같은 집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힘 생겼을 때

기다려주지 않고 떠난 미운 이름들

모두 불러다 밥 먹이고 싶은 집

   

기다리고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누구의 집도 되지 못한 허공의 집

한 번도 꿈꾼 적 없다

     

 

**약력: 2014시와경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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