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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김정미/피에타 앞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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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80회 작성일 16-08-29 13:10

본문

신작시

김정미

 

 

 

 

피에타 앞에서 외 1편

 

 

아픔으로 불룩해진 중세의 시간 자루

그 속에 젖은 시간들이 알을 품는다

슬픔의 뿌리가 하늘에 올라 하얀 돌이 된 주검

두 모자는 소금기둥 같은 단단한 섬이 된다

뼈만 남아 깃털처럼 가벼운 아들의 몸을 품은 젖은 눈

그 시간이 멈춘 자리에 종일 비가 내린다

신의 탄식이 굳어 대리석이 된 몸

더 이상 새의 파닥거림도 구름 한 점도 흐르지 않는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의 돌기둥 아래

울음 삼킨 두 모자는 침묵으로 살아 움직인다

비껴간 두 모자의 안개에 갇힌 시선과 시선 사이

날지 못하는 날개가 되어 깊은 뿔로 자란다

정지된 시간 속 슬픔의 숨결로

미켈란젤로의 뾰족한 釘이 나의 명치끝을 두드릴 때마다

시간의 벽이 허물어져 소금꽃으로 피어나는 피에타*

나는 그 하얀 돌섬이 된다

드디어 한 세계가 닫히고 또 한 세계가 열린다 

 

 

 *피에타 :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후,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놓여 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묘사한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유리꽃

 

 


한 사내의 부푼 입이 숨을 불어 넣는다

긴 대롱 끝에서 벌겋게 달아오르는 유리들

밀봉된 질식이다

산 자와 살려는 자

죽은 자와 죽으려는 자

숨꽃이 피는 순간이다, 찰나다

호흡을 죽여서도 안 되고 크게 뿜어서도 안 된다

그의 들숨과 날숨은 유리의 배후다

온몸이 빛의 세계로 타오르기 위해

허공과 우주를 점령하고 되돌아온다

유리의 안과 밖의 경계는 투명해야 한다

비상을 꿈꾸다 허공에서

파열음으로 깨지는 유리들

어쩌면 그 순간이 새로운 시작인지 모른다

불꽃 숨을 수혈 받은 저 둥근 유리꽃

내 입술로 깨문 나만의 눈꽃 문자다

고무공처럼 튀어 오르는 나의 꽃이다

 


사내가 벌겋게 달아오른 숨을 마신다

긴 대롱 끝에 매달린 숨을 받아먹는

내 몸에서도 출렁, 달빛소리가 난다

 

 

**약력:2015년《시와소금》 상반기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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