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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김정미/피에타 앞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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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정미
피에타 앞에서 외 1편
아픔으로 불룩해진 중세의 시간 자루
그 속에 젖은 시간들이 알을 품는다
슬픔의 뿌리가 하늘에 올라 하얀 돌이 된 주검
두 모자는 소금기둥 같은 단단한 섬이 된다
뼈만 남아 깃털처럼 가벼운 아들의 몸을 품은 젖은 눈
그 시간이 멈춘 자리에 종일 비가 내린다
신의 탄식이 굳어 대리석이 된 몸
더 이상 새의 파닥거림도 구름 한 점도 흐르지 않는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의 돌기둥 아래
울음 삼킨 두 모자는 침묵으로 살아 움직인다
비껴간 두 모자의 안개에 갇힌 시선과 시선 사이
날지 못하는 날개가 되어 깊은 뿔로 자란다
정지된 시간 속 슬픔의 숨결로
미켈란젤로의 뾰족한 釘이 나의 명치끝을 두드릴 때마다
시간의 벽이 허물어져 소금꽃으로 피어나는 피에타*
나는 그 하얀 돌섬이 된다
드디어 한 세계가 닫히고 또 한 세계가 열린다
*피에타 :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후,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놓여 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묘사한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유리꽃
한 사내의 부푼 입이 숨을 불어 넣는다
긴 대롱 끝에서 벌겋게 달아오르는 유리들
밀봉된 질식이다
산 자와 살려는 자
죽은 자와 죽으려는 자
숨꽃이 피는 순간이다, 찰나다
호흡을 죽여서도 안 되고 크게 뿜어서도 안 된다
그의 들숨과 날숨은 유리의 배후다
온몸이 빛의 세계로 타오르기 위해
허공과 우주를 점령하고 되돌아온다
유리의 안과 밖의 경계는 투명해야 한다
비상을 꿈꾸다 허공에서
파열음으로 깨지는 유리들
어쩌면 그 순간이 새로운 시작인지 모른다
불꽃 숨을 수혈 받은 저 둥근 유리꽃
내 입술로 깨문 나만의 눈꽃 문자다
고무공처럼 튀어 오르는 나의 꽃이다
사내가 벌겋게 달아오른 숨을 마신다
긴 대롱 끝에 매달린 숨을 받아먹는
내 몸에서도 출렁, 달빛소리가 난다
**약력:2015년《시와소금》 상반기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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