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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신작시/강성은/죽음에 이르는 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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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강성은
죽음에 이르는 병
마당을 가져 본 적 없는 아이들이
개와 놀고 있다
주방을 가져본 적 없는 부인이
그릇을 닦고 있다
집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이
눈 덮인 산에 불을 지른다
어느 날 문득
잠긴 서랍을 열어보고
어두운 쥐구멍에 손도 넣어보고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새 소리를 흉내 내며 우는 사람들
먼 나라에서는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
울음을 그치고 잠들면
데리고 놀던 개에게 물려
병에 걸리는 시간이다
0℃
라디오를 켜 놓은 채 잠이 들었다
자다 일어나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꿈속에는 과거의 사람들만 가득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마저도
공동묘지와 아파트가 구분되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과 죽어있다는 것이 구분되지 않는
햇볕 속에서 곡소리가 들렸다
제설차가 지나갔다
죽은 사람이 아직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리집 지붕 위에서
**약력:2005년《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단지 조금 이상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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