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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윤인자/마른장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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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윤인자
마른장마
기왕 시작 했으니 한 소나기 쫙 퍼붓고 갈 것이지
허리 뒤틀린 옥수수나무 반듯이 일으켜주고
팔다리 축축 느려진 측은한 고추나무도 세우고
고개 숙인 호박꽃 함박웃음 보면서
새끼 늘리는 벼논에 물꼬도 트고
이모작 보리 끌도 갈아엎고 모내기도 해야 하는데
감질나게 이슬만도 못한 소리만 요란해
온다는 문자는 자꾸 보내면서
거미줄에 걸려 못 오나
어디서 해찰피우며 늦장을 부리는지
기다리다 지쳐 잠이든 사이
톡톡 함석지붕 두드리는 소리에
창문 열어 마중 나갔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너의 뒷모습 저만큼
풀풀 날리는 먼지도 잠재우지 못하고
타는 흙냄새만 코끝을 스쳐간다
친정집
과속이란 안내도 무시한 체
장맛비를 뚫고 달려갔다
목적지를 눈치 챈 둔탁한 빗방울이
차 문을 두드리며 어디 가세요?
30평이 넘는 큰 집에 어머니 홀로 살고 계신다
방마다 외로움이 가득한데 추억을 담은 액자 속은
올망졸망 씨감자 같은 눈망울들이 환하다
이웃도 없는데 월담불가라며 보초를 서고 있는 거미들
뒤란 댓잎 사부작사부작 부비는 소리
어머니 날 숨처럼 오래도록 들었음 좋겠다
**약력:2011년《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에덴의꿈』,『스토리가있는섬 신안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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