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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특집II/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이닥/풍경·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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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I
60호 발행기념 리토피아의 시인들
이닥
풍경·1
잠이 덜 깬 채 공방문을 엽니다. 블라인드를 열기도 전에 햇빛은 문지방을 넘어 걸어옵니다. 눈곱을 떼어주고 자리를 차지합니다. 불을 켭니다. 한지등이 기지개를 펴며 하나둘 깨어나 웃습니다, 소나무전등 아래, 기린장 위에, 서랍장 옆에, 으스대며 앉아있는 다육이들이 더 예쁠 수가 없습니다. 매장의 통로는 레드카펫 위를 걷는 듯 합니다. 라디오를 켜고 물이 끓는 동안 작업대를 바라봅니다. 미완성 거북이 중앙에 서있습니다. 막사발 가득한 커피는 눈꺼풀을 끌어올리고 보석 같은 꿈을 꾸게 합니다. 거북등엔 달처럼 둥근 등이 세개나 매달려 있습니다. 형광등이 졸 때까지 거북의 짝을 만듭니다. 낡은 작업대는 말이 없지만 들을 수는 있습니다. 걷고 싶은 거북이 속삭입니다. 난 언제든 할 수 있어.
닥종이 무덤
종이 무덤 만들어 그 안에 산다
종이의 유혹은 독했으나 그만큼 감미로웠다
아름다운 무덤가는
고독하고 빈곤하다 사랑도 없긴 하나
빛바랜 벽등에는 등 굽은 향기가 쌓이고
삐딱한 삼층장 안에는 윤기 나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금빛으로 출렁이던 시절도 함께 묻어 있다
바람이 지나가며 꽃피웠던 이야기들
구겨지고 상처 난 시간들에
초록옷 입혀놓고 햇살을 길어 올린다
허물어진 담장 사이로 닥나무꽃이 웃는 마당에서
순금의 노래 한지에 물들인다
길들여진 만성통증을 물풀에 풀어낸다
닥종이 무덤은 연일 축제 중이다
**약력:2012년《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이닥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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