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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신작시/최덕진/우산 효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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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덕진
우산 효과
비가 온다 혼자 식어가는 아침 쑤욱 우산을 빼낸다 칼집에서 칼을 뽑는 기억이 나는 이유는 뭘까 손에 잡히는 전의의 무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달아난다 꿈틀거리는 것은 팔뚝에 튀어나온 혈관일까 손잡이에 새겨진 무늬일까 악수가 잠깐 잡았다 놓는 호의에 속아 보았으므로 손아귀에 더욱 힘을 준다
우산을 펼친다 떠오르는 나만의 공간 이제 시선을 가리면 반목은 사라질까 벗어 놓은 구두가 걷어찰 의사가 없듯 찌를 마음이 없는 우산들 그 위로 비가 내린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우산들 아무 죄도 없는 우산들 틈을 내준 것일까 밀고 들어온 것일까 빗방울은 옳고 그름을 떠나, 나에게로 튄다
비가 오면 나는 뾰족해지거나 부풀어 오른다
최저임금제
어떤 유명하다는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모르던 것을 알게 하고 알던 것을 모르게 하는, 간투사의 긴 행렬 뒤에서 그가 한 가지 비유를 들고 나왔다
여러분은 물가에 나온 아이와 같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얄팍한 돌을 고르세요.
깊이를 알 수 없는 잔잔한 물
돌이 수면과 수평이 되도록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헛디딜까
띄엄띄엄 어줍게 건너가는 물수제비!
갑자기 끊어진 말은 항상 무언가를 요구해 왔으므로 나는 재빨리 박수를 쳤다
한 발이라도 더 멀리 가려고
저공으로 비행합니다.
최저, 임금, 제가,
세상의 다리가 될 것입니다.
자기도 따지고 보면 시급이라는 말로 강의가 끝났다 이런 씨급, 이런 C급 나는 교대자가 기다리는 편의점을 향해 뛰었다 허기가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최덕진 : 제주 출생.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2014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현재, 수학 전문 출판사 '천재문화'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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