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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신작시/이원오/금동신발을 신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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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원오
금동신발*을 신다
신발은 바람과 같다
바람의 속도만큼 신발의 뒤축은 닳아지고
허기는 짧아져 갔다
세상에 신을 수 없는 신발이란 없다
발과 신발의 치수가 다르다는 것은
평면의 셈법이 다르다는 것
발에 신을 담아야만 신발이 된다는 전설이 있어
계절별로 신발을 바꿔 신는다
금동신발을 신었으니 사자死者이다
이 신발에는 동물의 슬픈 절규가 없고
용이며, 도깨비가 같이 살고 있다
이승에서처럼 살기 위해 말이며 토기며 돌베개까지도
장만하였다
살아 오십년이지만 죽어서는 천년을 내다 본다
금동으로 만들었으니 저승으로 갈 때 물에 빠져도
말릴 필요가 없다
닳을 염려도 없는 저 질감!
바람마저도 공생을 거부했던 저 포부!
윤회를 깨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탁탁
먼지는 털고, 메마른 땅을 밟고 다닌다
주인의 발을 덮었으니
세상을 덮은 것이다
*금동신발 : 2014년 나주 정촌고분에서 발견된 국보급 금동신발.
이륙離陸
이구아수 폭포는 절벽이다
절벽을 감추는 것이 폭포이고
폭포는 분산하는 물보라가 은닉한다
감춘다는 것은 뜨거운 무엇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검정칼새는
폭포안의 바위에 새끼를 기른다
교활한 테구도마뱀이 목숨을 걸고
올라와야 하는 곳이다
기른다는 것은 마음을 품는 것이고
제 모습을 닮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 새끼는 엄마를 그리워하기 위해
첫 비행에 나선다
천길 낭떠러지에 몸을 날린다
폭포의 장벽을 뛰어넘는 결단이다
직선의 폭포를 가르는 것은
저 어린 곡선이다
폭포에 날개를 달아주는
어린 칼새는 다시는
둥지를 찾지 않을 것이다
*이원오 : 전북 장수 출생. 2014년 《시와소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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