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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신인상/양진기 '불온한 밤' 외 4편/우동식 '껍데기에 관한 명상' 외 4편/소감/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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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4,464회 작성일 15-07-13 12:46

본문

신인상 작품
양진기

불온한 밤


빗발이 바닥을 파헤치는 밤, 길 떠난 그녀는 희미하네. 빗물이 무럭무럭 차올라 발목을 감고, 거짓말은 창백하게 굳어 빗물에 잠기네. 걸음을 뗄 때마다 발목을 잡는 비밀, 달콤한 말들이 속살거리며 번성하네. 어둠의 촉수가 몸을 애무하고, 그녀의 호흡이 가빠지네. 빗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러 돋아나는 음모를 감춰주네. 무언가를 덮기 위해 명랑해지는 불온한 밤, 그녀의 거짓말이 익숙해지며 사라져가는 것들, 어제 같은 오늘은 지겨워 뜨거운 피가 솟구쳐 번개를 치네. 오래 된 하늘을 찢고 번갯불에 명멸하는 그녀는 빗물이 차오르는 벌판으로 가네. 젖은 옷이 달라붙어 속살을 드러낸 채 걸어가네. 살아온 기억을 하얗게 지우고 번쩍이는 웃음으로 길을 떠나네. 벌판에 세워진 전신주 늘어진 전선 몇 가닥이 비밀을 누설하고 있고, 어지러운 발자국을 남긴 그녀, 행적이 캄캄하네. 




결별


오래된 별의 공기는 지겹거나 익숙해져서 
기압골 움푹 팬 곳으로 바람이 굴렀어.
운행을 멈춰버린 이 별은 나태해, 바람이 고개를 젓고 사라졌어.
떠날 때가 된 것 같아.
태양이 따가웠지. 강물은 흘렀는지 말았는지,
정수기에서 미지근한 물만 쏟아졌어. 
나는 물의 온도를 표현하는 법을 잊은 지 오래.

교외 모텔에 숨겨둔 비행접시를 찾아가는 기분은 근사해.
비행을 하려면 먼저 비행물체를 사랑해야 하지.
창문을 소리 나게 닦고 조종간에 몸을 기대면 호흡이 가빠져.
비행을 하면서 배기가스가 분출되는 건 내 탓이 아니야.
이 별의 공기를 더럽혔다고 나무라지마.
이제 떠나야 할 시간,
싱싱한 별의 좌표를 향해 발걸음도 가볍게 하나 둘 셋.

안녕히 이, 별.




월석月石
-항우울제


달이 낮게 뜬 밤이면 
달빛을 밟고 달의 계곡을 타고 올라가지.
곡괭이 하나 들고 빛나는 월석을 채굴하여,
지고 간 달 항아리에 가득 담아 지상으로 내려오지.
지상은 오래 어두웠고 우울한 강물이 흐르고 있어.
달빛을 채굴해서 여기저기 켜놓지 않으면,
어둠에 먹혀 스스로 컴컴해진 좀비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먹잇감을 찾아 활보하게 될 거야.
  
그런데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몰라.
어둠은 너무 길고
달의 돌들이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있어.
달빛을 캐려고 달의 계곡에 간 사람들이 
지구로 귀환하지 않고 있어.
하늘의 말들은 부질없이 공중에만 머물고,
경전의 글자들은 희미하게 지워지고 있어.
  
내부에서 자라나 외부를 금가게 하는
불안의 뿌리는 누구나 있어.
마음이 어두워질 때마다 
달 항아리에 담아 둔 달빛 한 덩이를 꺼내 삼켜 봐.
네 안이 온통 환해져 
달뜬 마음이 캄캄함을 몰아낼 거야.
우리는 한참 동안 달을 복용해야 할 거야.




틈에 대하여


작은 틈도 내면 안 된다고,
틈을 보이면 비집고 들어온다고,
빈틈없이 야무져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었지.

하지만 틈이 없으면 금이 가지.
틈이 없는 모든 것들은 갈라져 금이 가.
타일과 타일 사이,
도로와 도로의 간격,
경계와 경계의 마디,
정색과 엄숙의 순간,
틈이 있어야 숨을 쉴 수 있어.

틈이 없다면, 
돌 틈 사이로 지절대는 물의 수다를 들을 수 없고,
창문 틈으로 쏟아져 온몸을 핥는 햇살도 없어.
콘크리트 틈에서 돋아난 푸른 생명도 볼 수 없어.
밀어蜜語가 들어갈 틈이 없으니 연애의 시작도 없지.

허술한 틈이 있어야 새들도 둥지를 짓지.
사랑도 기웃거리지.
틈을 보여줘, 
다가갈 수 있도록. 




표창


밤하늘엔 빛나는 표창들 돋아났지.
가끔은 날아가 허공의 몸속 깊이 박혀 사라지는 표창들,
나는 검은 복면의 일지매가 되어 밤이면 뛰어올라
하늘에 걸린 표창을 한 움큼 집어 놀았어.
뾰족이 빛나는 표창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허벅지가 따끔거렸어.
과녁에 빗맞아 바닥에 떨어지면 빛을 잃었지.
부르르 떨며 꽂히는 기술을 배우려 고수를 찾아다녔어.
표국의 호위무사로 강호를 떠돌며
무수한 표창을 공중에 날렸던 기억이 있어.
허공을 가르던 그 빛나는 순간들, 
주머니 불룩하던 표창들은 하나 둘 날아가 버렸어.
빛나는 순간들은 지나가 버렸어.
훌쩍 밤하늘로 솟구쳐 표창을 거둬오기에는 삶이 무거워졌어.

남은 표창 하나 가슴 깊이 찔러 넣었어.
사는 일이 온통 어두컴컴할 때 내 안의 오지로 들어가면,
빛나는 표창 하나 항상 거기 떠 있어.




소감

2류를 지향하면서 또한 2류를 지양하겠습니다


 오래전에 품었다가 휘발한 그대라는 흔적을 좇습니다. 단어와 단어, 행과 행 사이에 있는 존재를 복원시킵니다. 부드럽게 혹은 거칠게, 때로는 해일처럼.
 밀려오는 그대를 이윽고 느낍니다. 그대의 소매 끝을 잡은 것일까요. 가끔씩 보였다가 사라지는 이것이 그대라면, 그런 그대를 완전한 나의 연인으로 만들기까지는 아직 많은 정성과 간절함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대의 효용성은 무엇인가요. 많은 이들이 던지는 물음에 저 역시 같은 물음으로 의문문을 남깁니다. 서점에서 시집을 구매하는 독자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대는 한물간 장르고 누군가에게는 오래전 이별한 애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대는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 어두운 구석을 밝히는 등불이기도 합니다. 이런 미묘한 간극에서 그대는 오래 살아 사람을 따뜻하게 그리고 긍휼히 여기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그런 그대가 있는 곳에 저는 다만 2류로 남았으면 합니다. 평론가의 찬사를 받으며 시대의 첨단을 걷는 많은 훌륭한 시인도 있겠지요. 그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닙니다. 제가 설 자리는 2류를 지향하면서 또한 2류는 지양하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독자와의 소통이 부재한 시를 경계하겠습니다. 하지만 독자와 영합하여 그들의 말랑한 감성만을 자극하는 시를 쓰지도  않겠습니다. 현대시가 갖는 상징과 은유를 풍자와 해학을 미(美)와 추(醜)를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감동과 재미를 함부로 여기지 않겠습니다.
 
 제가 가진 시에 대한 열정을 가능성이라 여기고 뽑아주신 리토피아 심사위원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좋은 시를 쓰는 것으로 답하겠습니다. 시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신 J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신인상 작품
우동식

껍데기에 관한 명상


근육질이 아름다운 개서어 나무, 너에게로 가는 오리목나무, 합환목 자귀나무, 깨소금 열두 단지 개암나무, 생각날 때마다 생강나무, 사연 없는 놈이라곤 하나도 없는, 루페로 관찰한 나무껍데기의 세상은 그랜드캐년의 계곡이다. 사하라의 선인장이다. 해저 식물농원, 아마존 유역의 정글이다. 달의 표면 크레이터다. 마른 버즘 같은 삶의 무늬, 아픈 삶의 옹이진 흔적.
  
갯벌에 찍힌 발자국이다.
촌로의 주름진 얼굴이다. 
봄 햇살이 놓아두고 간 아지랑이다.
얼룩무늬 위장복이다.
 
제 아무리 멋진 ‘안’을 간직한 일이라도 껍데기가 아니라면 담겨지지 않는다. 고향 마을의 장독대 하나도 지난 가을의 메주콩 같은 사연을 갈무려 된장으로 익어간다. 




금풍쉥이


‘평선이’라 하면 장군도 여울목에 걸린 보름달 같은 기생 얼굴이 떠오르고, ‘군평선’이라 하면 구운 맛이 일품이어서 숨겨 놓은 샛서방 주었다는데, 그놈 금풍쉥이, 꾸돔, 딱때기, 얼갯빗덩어리, 쌕쌕이, 챈빗덩이, 별칭도 참 별나다. 구이 한 접시에 매운탕 한 그릇 앞에 놓고 잠시 조문을 한다. 오목한 입 꾹 다물고, 윤기 나는 눈 새까맣게 뜨고, 나무 껍데기 같은 비늘에 줄무늬 새기며, 출렁이는 생의 바다를 얼마나 활보했을까. 꼬리 한 번 치며 금방이라도 전기 톱날 같은 등지느러미 추켜세워, 억센 바다인들 토막 내고 자를 것만 같다. 놀란 바다는 한 걸음 뒤로 썩 물러났을 것이다. 깊은 물 속 에 사는 놈이라 억세게 뼈가 굵고 그래서 깊은 맛이 우러난다 하는가. 그물을 던져 평생 어부로 살아온 한 늙은 사내의 굵은 팔뚝 같은 뼈 한 마디가 이제 막 출항하려는 선체의 로프를 당기는데, 오늘은 어쩐지 줄 끝이 자꾸만 감긴다.




혀의 이끼


입안의 궁궐에는 말의 이끼가 산다. 
움츠리거나 우글거리던 말들이 궁 밖으로 나와 
하늘에 물고기자리로 박힌다. 
마르지도 않은 물기 어린 말과 침묵의 말이 
은하수로 흐르고,
천체 위를 떠돌던 숱한 가연성의 말들은 
구름이 되기도 하고 바람이 되기도 하고, 
천둥 번개로 발화되기도 한다.
햇살로, 빗방울의 씨앗으로, 우주의 거울에 전도되어 
그 빗물에 흠뻑 젖기도 하고, 
그 햇살에 잎이 자라 꽃피고 열매 맺으며,
아름다운 숲을 이루기도 한다.
세상에 푸른 것들은 죄다 이끼의 홀씨들이 자란 것이다.
홀씨 속에는 또 다른 궁이 있어 궁궐을 꿈꾸지만
아직 깨어나지 못한, 
발 없이 더듬거리는 가시돋힌 혀의 이끼들이
정처 없이 우주에 가득하다. 




아버지의 연장


아버지는 국방색 가방을 학생처럼 메고 다니셨다. 자전거, 오토바이, 트럭으로 옮겨지며 진화를 거듭해 온 그 가방 안, 손가락을 수없이 때리고 몇 개의 손톱을 뽑게 했던 망치며, 타고난 운명의 잘 못 박힌 녹슨 악습을 빼내던 빠루며, 쓸모없는 부분들을 잘라서 제자리에 놓았을 톱이며, 한 치의 치우침 없이 반듯하게 삶의 수평을 걸었을 수준기며, 먹물을 튀겨 수직과 수평의 삶 첩경을 안내한 먹통이며, 거친 나무의 숨결을 고르게 한 대패며, 치열한 삶을 빼곡히 계산해 냈던 몽당연필이며, 아버지를 세우고 지탱해 온 몸의 부속품들, 어둡던 인생항로의 등대 같은 동반자들,  

땀에 저린 연장을 갈고 닦는다. 




유리꽃


깨어져야만 피는 꽃이 있다 

들이박거나 내동댕이칠 때 
비로소 제 몸에 무늬를 새긴다. 
깨지기 전에는 몰랐다,
어마어마한 꽃들이 그 안에 있었다는 것을. 
빛나는 삶들이 꼭꼭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매끈매끈하고 단단한 삶이 전부라고 믿었다. 
늘 속을 다 드러내놓고 싱겁게 살거나 
다른 쪽은 닫아놓고 한 쪽만 바라보고 산다고 생각했다.
속 시원하게 한 번 드러내고 보니 
송이송이 제 속의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부딪혀 깨어지면서 무늬 하나씩 만들고 
한 송이 꽃을 피운다.
얼마나 더 깨어져야 난 한 송이 꽃을 피울까.
전심으로 부딪쳐 볼 일이다.




소감

詩가 시들면 우주도 시들고 만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던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며  젖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모든 꽃은 우주의 집중으로 피워 낸 것이다

“멀리서 보면 다 꽃이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이며 달이며 은하수며 유성이며 
수많은 행성들이 점 같은 꽃이다 
나무도 바위도 들풀도 물도 흙도 짐승도 사람도 
생성하고 소멸하는 수많은 점으로 포장된 꽃이다 

점 속에서 한 점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우주화원의 꽃이다

네가 시들면 우주도 시들고 만다 “

-졸시, 우주의 포장법 전문 

나에게 시는 한 송이 꽃을 피우는 일이다 
언어의 꽃을 피워 아름다움과 향기를 전하는 일이다
체험과 발견과 적용을 통한 삶이 시가 되기를 바라고 
시가 곧 삶이기를 꿈꾼다 
리토피아는 리터러쳐(literatue)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문학낙원을 뜻 하는데 그 정신을 존중하며
내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새 집을 마련하였으니 새 술은 새 부대에 넣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 하련다  
우주의 화원으로 가꾸어 가는데 한 점 꽃이 되고 싶다
한 식구로 받아 주신 리토피아 장 주간님과 모든 가족들께 감사 드린다  
 



심사평


바람이 몹시 찼지만, 시는 세계에 대한 이해와 자기 변혁의 최소한의 용기, 희생을 감수할 수 있을 때, 시는 순간적으로 맺혀지는 이슬, 혹은 구시가의 골목마다  찢겨 휘날리는 정의와 자유의 깃발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의미와 미학적 의미가 접점 보다는 아직 많은 곳에서 이 땅의 여러 차원에서 아름다운 충돌이 아니라 짓무르는 접촉만 하고 있다는 노파심의 한 소리입니다. 시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언어는 보들레르 식으로 말하자면, 축복이며 저주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주무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제 스스로 노예가 되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망우리에 누워 계시는 김수영 시인과 페르 라샤즈에 머리 눕힌 기욤 아폴리네르가 같은 목소리로 시를 말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번에 『리토피아』에서 만나게 되는 두 분의 시인은 체험과 그 것의 시적 형상화라는 측면에서 뛰어난 자기 성숙을 드러냅니다. 고맙고, 『리토피아』가 정예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렵고,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우동식 시인은 일단 모든 제목이 명사화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 옵니다. 최근에 어떤 번역가가 한국말을 명사의 위세가 너무 쎄, 번역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지만, 사실 한국말은 모든 수식과 서사가 명사를 향하게 되어 있숩니다. 이것은 의미의 명확성을 보증하는 우리말의 한 결핍, 또는 한 장점입니다. 

깨어져야만 피는 꽃이 있다 

들이박거나 내동댕이칠 때 
비로소 제 몸에 무늬를 새긴다. 
깨지기 전에는 몰랐다,
어마어마한 꽃들이 그 안에 있었다는 것을. 
빛나는 삶들이 꼭꼭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매끈매끈하고 단단한 삶이 전부라고 믿었다. 
늘 속을 다 드러내놓고 싱겁게 살거나 
다른 쪽은 닫아놓고 한 쪽만 바라보고 산다고 생각했다.
속 시원하게 한 번 드러내고 보니 
송이송이 제 속의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부딪혀 깨어지면서 무늬 하나씩 만들고 
한 송이 꽃을 피운다.
얼마나 더 깨어져야 난 한 송이 꽃을 피울까.
전심으로 부딪쳐 볼 일이다.
-「유리꽃」 전문

이 작품에 대하여 덧붙일 말이 단 한 단어도 없습니다. 참 부럽게, 잘 쓴 시입니다. “전심으로 부딪쳐 볼 일이다” 하셨으니, 전심으로 유리의 광물성을, 삶의 활물성으로 치환하는 내공의 축적을 바랍니다. 사족이지만, 정병근 시인의 유리를 통과한 햇살이 내면을 자르는 것 같은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선배로서의 작은 주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양진기 시인은 명제의 성립이 자연스러운, 그 만큼 깊은 사유로 시를 조성한 흔적이 보입니다. 필자는 시적 명제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그 만큼 하나의 명제를 위한 발견과 배움, 상상력의 작동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시인은 발견의 모멘텀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자아의 설렘과 두려움을 다음과 같은 작품을 통해, 아니 형상화해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틈이 없으면 금이 가지.
틈이 없는 모든 것들은 갈라져 금이 가.
타일과 타일 사이,
도로와 도로의 간격,
경계와 경계의 마디,
정색과 엄숙의 순간,
틈이 있어야 숨을 쉴 수 있어.

틈이 없다면, 
돌 틈 사이로 지절대는 물의 수다를 들을 수 없고,
창문 틈으로 쏟아져 온몸을 핥는 햇살도 없어.
콘크리트 틈에서 돋아난 푸른 생명도 볼 수 없어.
밀어蜜語가 들어갈 틈이 없으니 연애의 시작도 없지.
-「틈에 대하여」 부분

이 작품 또한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동식. 양진기 두 분 시인께 노파심으로 한 당부의 말을 남깁니다. 시는 오래 쓰는 것이고, 마라톤처럼 여러 고비를 넘어 서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첫 고개를 넘으셨으니, 자만과 교만을 경계하면서 이 새 생명의 들길을 향유하시기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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