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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신작시/조원/도미노 게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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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4,707회 작성일 15-07-13 12:11

본문

신작시
조원

도미노 게임


우리는 말한다. 당신이 둥근 선반에 흙을 빚어 세울 때
좀 더 독창적으로 고뇌해야 했다고

모작을 사랑한 어느 조형가의 손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독방을 배정받은 죄수처럼 
거울과의 대화가 필요했을지도

당신은 지겨울 때마다 담배를 피워 물었고
지독히 우울한 자화상을 만들었다

하루해가 긴 것은 당신과 우리가 닮았기 때문,
당신은 당신과 동일한 질감의 형상을 빚어
창조의 창살에 수감시켰다

우리는 당신의 모조여서 슬픔도 번뇌도 무한반복이었다

손바닥에 나사를 박은 채
죽음을 맞게 될지 모른다고 
책꽂이처럼 서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새들이 조립되어 하늘에 날개를 끼울 때
거북이 각을 세워 등판을 짜 맞출 때

정확한 간격으로 세워 둔 마지막 환조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눈빛
우리는 꽁초를 짓밟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좀 더 독창적이고 기발했다면
천편일률로 쓰러지지 않고
이 아름다운 오늘을 감상했을 텐데




험담


깻잎이 깻잎에 포개지듯
배춧잎이 배춧잎에 기대듯
당신은 양팔로 양파처럼 나를 감싼다
 
귓전에 미세한 숨소리 가르랑거린다
 
앞모습으로 뒤통수를 껴안고
뒤통수가 다시 앞모습으로 위장한
밀착의 원주율

양파처럼 매운 눈초리로 누군가의 목덜미를 깨문다는 건
얼마나 짜릿한 미행인가

신은 뒤로 회전할 수 없는 두상 대신,
말초신경을 한 바퀴 돌게 하였다

평생 시들 것 같지 않은 얼굴로
한 겹씩 친분을 둘러싼 당신과 나
둥글게 부푼 의문들


*조원 : 2009년 부산일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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