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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박덕규/깊은 곳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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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97회 작성일 22-12-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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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박덕규/깊은 곳 외 1편 


박덕규


깊은 곳 외 1편



깊은 곳에

돌이 닿을 때까지

그 돌이 흔들어놓은 연못을 보고 있다. 





가방



가방 사 달라고 

남편한테 생떼를 부렸지요.

둘째아이한테 젖을 먹이고 일어나

모처럼 식탁에 앉아 미역국을 떠먹다가였죠.

내가 가방 얘기를 한 게 언젠데

그걸 여태까지 모른 척하고 있느냐고

앞치마 입은 채 내 앞에 앉은 남편을 후려친 거지요.


저녁에 

한 달만에 엄마하고 간신히 통화됐는데요.

애 잘 낳고 젖도 잘 나온다고 했죠.

소리가 자꾸 끊어지는데

엄마가 급히 말하더군요. 

내 동생이 애를 낳았는데

옥수수가루죽이라도 맘껏 먹였으면 하니

돈을 좀 보내주면 안 되겠느냐고.





*박덕규 1980년 《시운동》으로 등단. 시집 『아름다운 사냥』, 『골목을 나는 나비』, 『날 두고 가라』 등. 이상화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수상.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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