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78호/신작시/장순금/끝의 힘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78호/신작시/장순금/끝의 힘 외 1편
장순금
끝의 힘 외 1편
새벽의 미명을 밀어준 깊은 밤의 힘
미명이 동쪽에 물을 주어 아침을 깨어나게 한 힘
폭우 속 번쩍, 번개 낚아 채 어금니에 꽉 물고
폭우 끝 무지개 찾아 가는 힘
툭툭 부러진 겨울 솔가지가 품은 저만 아는 새순
보이지 않는 끝을 물고
끝이라 믿는 데까지 가는 동안
헤밍웨이가 끌고 온 물고기의 뼈처럼
빠져나간 살점들이 중력을 밀어준
비포장도로는 온 힘을 다해 흩어진 살점들을 건너와
좁혀지지 않는 거리처럼 시작은 곁눈질도 없는데
땅속에 잠복한 꽃들의 숨소리는 들리는데
내 끝은 어디쯤에서 끝나는지
첫, 꽃밭
천둥이 벼락을 동반한다는 예보가 적중해
한밤 폭우를 쏟았다
왔니?
태연한 국화꽃에 눈이 따갑다
사십 년 거꾸로 세워도 무채색으로 빛나는,
통증클리닉을 다닌다더니 통증 끝나는 지점을 찾았나
유년이 다 써버린 생의 봄날,
꽃집 구경만 하다 음지에 세 들어 살더니
국화꽃 영정이 생애 가장 화려한 꽃밭이구나
먹구름을 건너서
빛나는 시를 덧대고
박하사탕 같은 어린왕자와 소혹성을 걸어
별을 따라 가고 있는지
천둥 폭우에 움푹 패인
처음 꽃밭을
황망히 드나드는 사람들
*장순금 19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햇빛 비타민』,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 등. 동국문학상, 한국시문학상 수상.
추천0
- 이전글78호/신작시/황길엽/비오는 날 외 1편 23.01.02
- 다음글78호/신작시/박덕규/깊은 곳 외 1편 22.12.3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