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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이대흠/나는 당신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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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이대흠/나는 당신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외 1편
이대흠
나는 당신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외 1편
쓰기는 하였으나 어느 작품에도 끼지 못하는 문장처럼 나는 밀립니다 꽃을 위해 푸르기만 했던 잎처럼 속절없습니다
장마철 빈집 거실에 놓인 마른 화분처럼
꽃아 둔 소설책의 서지정보처럼
버려지는 편지봉투처럼
놓여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어란
여름밤의 별들이 포말처럼 떠 있던 밤이었습니다 파도의 운율에 귀를 내어주면 영영 흘러갈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새벽까지 실 같은 말을 토해 냈습니다 줄줄 새어나오는 말로 그물코를 지었다면 그대를 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너무 뜨거우면 녹아버리는 매생이 줄기처럼 어떤 말들은 투명한 바람이 됩니다
뒤늦게 나는 돌낯 같은 하염없음을 생각합니다 슬픔에도 변두리가 있습니다 문득 마주친다면 나는 심심한 면발처럼 웃을 것입니다 그저 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그런 냄새를 나는 좋아합니다
*이대흠 1994년 《창작과 비평》 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외. 장편소설 『청앵』. 산문집 『탐진강 추억 한 사발 삼천 원』, 『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 외. 조태일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전남문화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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