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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진영대/검은콩, 흰콩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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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진영대/검은콩, 흰콩 외 1편
진영대
검은콩, 흰콩 외 1편
장모님이 쪼그리고 앉아 콩을 고르고 있었다. 둥근 양은쟁반 흔들어가며 검은콩, 흰콩 가려내고 있었다. 검은콩 하나 골라 냉면 그릇에 담으며 큰딸 이름 불러보고, 흰콩을 집어들며 작은딸 이름 불러보았다. 장모님 화장실 다녀오실 틈에 골라놓은 콩 양은쟁반에 다시 쏟아놓았다. 검은콩, 흰콩 다시 섞어놓았다.
온종일 큰딸, 작은딸 이름을 번갈아가며 불러보아도 양은쟁반에 쌓인 콩 줄어들지 않았다.
이장移葬
살아 소원이었던 이사를
죽어서 하게 되었다
봉분을 열어보니 어머니는
녹슨 금가락지 하나 빼놓고
보이지 않았다
푸른 녹
면장갑으로 쓱쓱 닦아내며
이제 다 됐다, 손을 툭툭 터는데
가지고 갈게 더없나
무덤 속을 자꾸 둘러보고
둘러보고 하였다
어머니가 다시 돌아와
얌전하게 앉아계실 것만 같아서
무덤 위에
다복솔 하나 심어놓았다
*진영대 199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술병처럼 서 있다』, 『길고양이도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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