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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김은아/생각은행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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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89회 작성일 23-01-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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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신작시/김은아/생각은행 외 1편 


김은아


생각은행 외 1편



생각은행에서 시 대출을 받는다

얼마의 생각을 대출해 줄까

산책길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도토리 몇 알 줍고

TV를 보다가 덜컹 내려앉는 가슴을 줍고

책 속의 잘 키운 근육 같은 느낌을

한 입 베어 물고

잠자던 화초가 살며시 고개 내밀 때

엷은 미소로 대답한다

돌담을 넘어 오는 봄

밥상 위에 소복이 담긴 봄나물에서

나물 향기가 시를 쓴다

생각은행에서 전혀 낯선 대출을 위한

대출을 생각해 내야 한다.





와온에 노을이 지면



곧 빠져버릴 것 같은

일몰 속에 나를 가둔다


지지 못한 달이 손을 내밀고

쑥부쟁이의 환한 웃음은

거기 별처럼 고요하게 남아 있었다


물고기 비닐처럼 반짝이는 하얀 바람은

내 옷자락 펄럭이며

폐선 위에 던져진 질문 한가득 싣고

텅 빈 항아리 같은 마음을 얹어 놓았다


물 빠진 갯벌에 들어왔던 회색빛 바다 냄새

남겨진 기억들


어깨를 툭, 치고 가는 것들을 향해

솔섬 산허리에 잠시 머문

해와 달과 하늘과 바다는

와온*의 해변에서

저물어 가는 너를 보았다.


   * 노을이 아름다운 순천 바닷가의 지명





*김은아 201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1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2019년 전국계간문예지 작품상 수상. 시집 『흔들리는 햇살』, 『흰 바람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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