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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신작시/이영춘/유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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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768회 작성일 15-07-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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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영춘

유품 
           

천 년 세월 걸려 돌아온 길에서 
다시 돌아갈 길이 하늘에 닿아 눈부시다
발붙인 짐승으로 사막을 건너가던 사람
숲속 어느 샛길에 낳아 놓은 담록색 새 알 같은 것
미처 거두지 못한 책들이 새 알로 까맣게 포개질 때
담록색은 어두워 지는 것,
가을 어느 산사에서 하늘 구멍을 뚫고 
붉게 피어오르던 망자의 불꽃
망자의 붉은 혼 무겁게 실렸던 어깨가
상복을 입은 상주의 어깨가 
기우뚱, 불꽃을 따라 가볍게 기울어질 때
켜켜이 쌓인 세상 근심 천 근 무게의 한 모서리가
하늘 길을 잃고 깊게 우짖는 짐승의 밤
먼 발치에서 누란의 밤을 밀고 가는 
고도孤島의 고분古墳 한 채




공간과 공간 사이
              

머리 수술한 친구의 병문안을 갔다
햇살의 언어들이 그를 빗겨 앉아 있었다

“아버지, 나 아파! 엄마, 나 아파!---”

오래전 무덤으로 간, 아니 흙이 되었을 아버지 엄마를 
찾았다는 그, 
본능인가  회귀인가 
짜라투스트라가 눈을 뜨고 그의 방을 어슬렁거린다

같은 공간에서 숨 쉬던 ‘당신’이라는 부재의 울음소리인가

“아버지, 아파! 엄마, 나 아파! 여보, 나 좀 안 아프게 해줘”

그의 옆에 누워 있는 빈 침대 하나가
둥그렇게 눈을 뜨고 그를 물끄러미 건너다 보고 있다


*이영춘 : 1976『월간문학』등단. *시집<시시포스의 돌><슬픈 도시락><시간의 옆구리><봉평장날><노자의 무덤을 가다>외 다수 *제3회윤동주문학상. 제1회인산문학상 제12회고산문학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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