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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신작시/박일/너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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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일
너
사랑이 여기에 있다 이 세상 바람으로도 흔들 수 없는 눈물에 대한 침묵과 자유로운 생각 하나 봄에 피어나는 라일락같이 향기롭기도 하다 별처럼 반짝이며 다가오는 언어로 태어나 이제 시(詩)가 되고 있으니
눈썹을 곤두세우며 싱싱하게 덤벼드는 이파리들 아니라니까요 진짜 아니에요 그래도 봄은 지나가고 꽃이 피어 향기로운 풀로 자라나고 여기까지만이에요 소리치며 예쁜 계집아이가 된다
어깨를 낮추며 감싸안은 저 구름을 보아라 가볍게도 가여운 풀잎 사이로 날리는 꽃잎들 라일락 향기의 사이에 앉아 꽃이 된다 땅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입술 사이로 태어나는
사랑에 눈을 뜨는 나무에게
떡갈나무 한 잎만 보이는 진실은 절망적이다 희망을 보기에는 너무나 작은 숨소리이니 입술을 더듬고 웃음을 찾으려 해도 나뭇잎이 뒤덮인 숲속에는 지적(知的)인 관능이 없다 연애의 불완전한 역사와 보이지 않는 공포에 가슴을 떨며 숨는 멧새들의 눈물 몇 방울로 뿌리에 닿아 있으니
한 줌 그리움이 불규칙하게 묻어 있는 공원의 벤치에는 서러워 붉게 물드는 저녁 노을과 부끄러움에 바알갛게 젖은 벚나무 이파리들의 숨소리와 또 다른 봄을 위한 시간과 지금 이 순간의 숨결이 꽃이 되어 앉아 있으니
나무여, 그 긴 여름 끝을 달려온 발자국에 그림자를 매달고
나무여, 숲속으로 은신하는 뿌리의 절망 끝에서
나무여, 푸른 바다의 내음을 싱싱하게 뿌려라
나무여, 한겨울에도 얼지 않을 꽃 한 송이를 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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