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57호/신작시/이루시아/구두의 안부가 궁금하다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421회 작성일 15-07-10 14:07

본문

신작시
이루시아

구두의 안부가 궁금하다


늙은 구두 수선대 위에 누워 있다
표정은 저물녘의 고요한 불안을 살피고 있다
서로의 눈빛이 시간의 매듭을 풀고 있다 축축해지는 눈자위   
그의 손끝을 떠나 지구의 몇 바퀴를 돌아온 걸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뒤축
타박타박 발목의 무게를 끌고 꺾어지던 숫한 골목들이 지문으로 새겨진 
생애의 뒤쪽이다
등 돌리고 앉은 속울음이 빼곡하다 

자주 과부하가 걸린 관절 속으로 몇 개의 못이 중심을 잡는다
가슴 뻐근해지는 시간의 하구 한 땀 씩의 멀미를 걸어두고
사나흘쯤은 견뎌야 할 아픔이다

둥글게 세상의 아침으로 이어지던 순한 이마엔
촘촘히 바람막이가 덧대어지고 헐거워진 근육들이 꼭꼭 여며진다
풋풋한 기운들이 수혈되는 혈관
끊어진 실핏줄을 이으면 새로 난 골목의 지도가 입력될까

점포 밖으로 안내 표지판이 걸리고
그는 빛나던 구두의 이력을 다시 쓴다




슬픈 동면기
                    

동면冬眠의 차고 긴 사슬을 풀어내는 중이다
쓸쓸이 웅크렸던 잠의 모서리
알몸의 상처들은 자주 무리 진 슬픔을 뱉어내곤 한다
다시 또 흥건히 젖은 꿈의 습지를 빠져나와
몇 번이고 바르작거리다 혼절하는 봄날

북방산개구리 목이 터지는 경칩이다
바짝 엎드린 채 부푸는 울음주머니
핏발선 눈망울이 끔벅끔벅 물의 온도를 따라 간다
갈퀴마다 접혀지는 절박한 제 소리를 끌고
필생의 힘을 다 쏟아내는 거다

나는 얼룩얼룩 새겨진 등위의 점자들을 해독해가며 긴 잠의 꼬리뼈를 
만져본다 검붉은 소리의 이랑사이
짧은 봄 울음 터트린 산란의 계보를 거슬러 오르면
느리게 진화하는 뒷다리의 움직임이 어눌한 대물림과 맞물려있다

나는 물꼬 트는 봄의 정수리에 앉아
허물 벗은 전생의 이마 쓰다듬으며 축축한 잠의 경전을 펴 말린다


*이루시아 : 2012년 미네르바 등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