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57호/신작시/박하리/다리없는 다리가 너무 아프다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신작시
박하리
다리 없는 다리가 너무 아프다
문 씨 아주머니 떠납니다요
장독대에서 하늘에게 문을 열어 달라 했다.
쿡쿡 쑤시던 갈비뼈도 시큰시큰한 무릎도 가끔 힘들어하던 기침 소리도
녹두죽 한 수저에 눈물 반찬으로 한 입 넣어 드렸다.
한 수저에 하루라는 두 수저에 이틀이라는 엄니 말을 믿었다.
힘없이 바라보면 엄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미야 집에 오너라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대문 밖으로 새어 나온다.
조물조물 버무려진 나물에서 엄니 냄새가 난다
얼마나 추웠냐 힘들지 내 딸
논두렁에 뉘어 놓고 뱀 지나갈까 봐 얼마나 조바심 나던지
해는 고개로 넘어가고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날 때
허리에 묶은 줄이 풀어지고 이집 저 집 대문을 기웃거리던 내 딸
나이 어려 낳아 예뻐하지도 못 한 내딸
딸아 잘 살거라
문씨 아주머니 떠났습니다
바람 부는 날
태양의 빛이 바람을 만들고 낮달에 구름이 걸린다.
듬성한 머리칼이 바람을 맞아 가르마를 타고
바람은 콧속으로 들어가 허파에 바람을 채운다
다리는 터덜터덜 발끝으로 그림자를 붙인다.
주머니 속에 먼지가 한 움쿰 밖으로 나와 바람이 된다
바람에게 말을 전한다 잘 계시는지요 거기는 편안하세요 염라대왕 잘 계시나요 너무 일찍 왔다고 하지요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허공에 매달리고 입안에서 맴도는 말은 꾸르륵 안으로 삼켜진다
편안하시대 잘 계시대 바람이 속삭인다 고마워라
바람은 구름 뒤에 숨어 비를 만들고 있다
*박하리 :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리토피아>> 편집장.
추천1
- 이전글57호/신작시/조혜경/거짓말 밖에 믿을 게 없다면 외 1편 15.07.10
- 다음글57호/신작시/이루시아/구두의 안부가 궁금하다 외 1편 15.07.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