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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김정/스민다는 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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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정
스민다는 것
제주도 우도에 가면
산호 껍질로 이루어진 모래사장이 있다
어디서 언제부터인지 조개의 몸이 바수어져
우도라는 모래밭 기슭까지 왔을까
아무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갖은 찬사를 모래알만큼 뿌린다
붓고 또 쏟아 붓어
하늘빛과 바다빛을 모른다는 산호물빛
3월 폭설이 온 도로 위에
곱게 황사가 앉았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알
어디서부터 이렇게 고운 가루가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
창가에 앉은 황사를 유리창에 두고 마주본다
누구의 조장을 다녀오고
뼈를 쓰다듬고
볼을 스치고
이곳 내 눈동자까지
그리움이 스며든다
우물
우물은 깊었다.
정을 가진 사람 모두 우물을 한 뺨씩 두드리고
비늘같이 떨어지는 우물을 싼 돌을 깨어도
우물은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등불을 가져와 우물의 몸을 데워 보기도 한다
우물은 희미한 몸부림을 뒤척거릴 뿐
미동도 하지 않는다 우물은 한번씩
회오리 바람을 일으킬 때가 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밤
징도 불도 밧줄을 타고 내려오지 않는 밤이면
혼자 넋두리를 한다
회색빛 진동소리를 깨어지듯
커튼이 쳐진 고요한 시간이다
깊을수록 맑은 물이 샘솟는다고 누가 가르쳐 주었던가
눈에서 붉어져 나오는 샘물은 아리다
어둠이 만든 우물은 아직 물을 내놓지 않는다
우물은 깊어가고 밧줄을 짧아져가고
아직 뿌연 물길 위로 구름이 쏟아져 내린다
어둠을 깨려 정과 같은 머리와
망치 같은 몸을 들고
우물 속으로 들어간다
아직 새벽이다
*김정 : 시에 2013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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