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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신작시/남상진/사막의 내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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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4,004회 작성일 15-07-10 14:37

본문

신작시
남상진

사막의 내력


아내의 뒤꿈치는 일기장이다
그것도 금이 쩍쩍 간 일기장
밤마다 낡은 펜대에 사포를 감아 긁어내는 발
살아온 이력이 빼곡하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고단한 생의 문장
분주히 걸어온 발바닥에 스며들지 못한 상처도
그녀를 눅진하게 녹이지는 못했다
그녀의 발자국은 늘 건조하다
무릎걸음으로 그 발자국을 따라가면
발해만을 지나
몽골제국의 대평원을 지나 
고비사막 어디쯤에서 별빛이 된다
부드럽지 못한 기억 
한 입 모래알로 서걱거리는 땅
걸어온 시간이 사구처럼 솟구쳐 올라 
시야를 가리는 그곳에서 
아내는 발바닥을 깎아 일기를 쓴다
돌아갈 여력도 없이 
자신을 소진해 버리는 사람
새벽이 되어서야 당도하는 짧은 휴식의 땅
포근한 솜털의 밤은 느리게 찾아와
억 만년 사막의 내력을 별빛으로 속삭일 때
그녀가 털어 낸 뒤꿈치의 내력이
모래 바다로 출렁거린다 





별들의 집

 
그의 집에는 지붕이 없다
가끔
태양과 구름과 새떼들이 
지붕의 무늬가 되기도 하지만
그들은 수시로 깊은 우주에 빠진다
지붕이 없는 집에서는 바람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햇빛과 비행운과 
새들의 불규칙한 궤적만이 
집안에 듬성듬성한 울타리를 칠뿐
그들은
비가 오는 날에도 몰래 울지 않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옮기는 일쯤이야
내겐 별일도 아니지만 
물 빠짐이 좋은 자리는 벌써 
누가 영역표시를 해 두었는지
골목마다
오줌지린 냄새가 진하게 났다
간간이
뜨거운 혀를 지닌 이들이
지상의 소식을 전해 줄 뿐 
땅을 밟을 일 없는 공중에는
밤마다 별들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별빛 소복한 집
오늘 밤
지구에 거꾸로 서서 
시커먼 우주로 
별 한 바가지 쏟아 내야겠다


*남상진 : 경남대학교 졸업. 2014 애지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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